월드비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연간 모금액이 10억원을 넘는 비영리 공익법인(NPO)은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최근 ‘새희망씨앗’이라는 NPO의 회장과 임원들이 100억원 넘는 모금액을 횡령한 게 적발돼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25일 한국NPO공동회의와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두 단체는 협약을 통해 △모금액 10억원 이상인 비영리 공익법인의 외부감사 활성화 △비영리 공익법인의 외부공시 관련 기준 마련 △비영리 공익법인·회계법인 간 교류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단체는 국회 등을 상대로 비영리 공익법인의 외부감사 의무화 입법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과 주식회사 새희망씨앗 대표에 대해 지난 11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손 아동과 불우 청소년 후원금 명목으로 모은 기부금 가운데 약 128억원을 아파트 매입, 해외 골프 여행, 요트 여행, 고급 외제차 구입 등에 쓴 것이 적발됐다. 실제 결손 아동을 도운 데 쓴 기부금은 2억1000만원이 전부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기부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자금운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은 “기부금 모금단체의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