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이 치솟고 있다. 투기적인 수요가 가격의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방향성을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개선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연 가격은 올해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뛰어올라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납·아연 연구회(ILZSG)는 올 상반기 중 아연은 20만3000t 가량 공급이 부족했으며, 재고 역시 6월 말 기준으로 116만t을 기록해 3월 말(135만5000t)보다 줄었다고 발표했다.

구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중국 철강 가격 강세와 세계 경제의 추가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진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달에는 아프리카 광산의 전력 공급 문제, 칠레 페루 광산 근처의 분쟁, 인도네시아 광산의 홍수 피해 등이 구리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금속 스크랩 수입 제한 조치를 고려 중인 점도 강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철금속의 가격은 4분기(10~12월) 이후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종형 대신증권 금속 담당 연구원은 "연말이 다가와야 하락 압력이 생길 것"이라며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대비 하락이 확인되는 10월 이후 중국의 경기 모멘텀(동력) 정점 통과 및 비철금속 수요 둔화 우려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러 인덱스의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란 점도 약세를 전망하는 원인 중 하나다. 다음달 미 중앙은행(Fed)의 자산 축소와 연말 금리인상 우려가 달러 인덱스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초점]비철금속의 급등, 투기적 요인일까‥증시 영향은?
비철금속의 강세를 투기적인 요인보다 글로벌 경기 개선을 알리는 시그널(신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계량분석 연구원은 "당장은 수요 개선보다 투기적 요인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해석되는 것이 중론이지만, 비철금속의 가격이 기술적 변곡점을 넘어서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인프라 투자 기대감이 낮아졌는 데도 가격 상승이 재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투기적 요인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약 2개월 가량 구리 가격의 변화가 매크로 지표에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순한 추론일 수 있지만 현재의 구리 가격이 강세 흐름이 연장된다면 글로벌 어닝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개선 추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경험적으로 높은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 이익에 긍정적이란 얘기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로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며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면 해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문일 현대차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미국의 물가 반등이 가능해졌다"며 "물가 반등으로 인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기존의 시장참가자들 예상보다 적어도 느리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