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보수적인 재무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7년 넘게 유지해 온 무차입 경영 기조도 깨졌다.

한글과컴퓨터는 오는 30일 6년 만기 전환사채(CB) 600억원어치를 사모로 발행하기로 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안전장비 제조업체인 산청 인수자금 26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과 인수금융, 단기대출(브리지론) 등 차입금으로 1450억원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인수금액의 75%가량을 회사 외부자금으로 충당한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달 7일 100% 자회사인 한컴세이프티를 통해 산청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자금 조달을 완료할 경우 한글과컴퓨터의 총차입금은 급격히 늘어나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현금성 자산(6월 말 현재 단기금융상품 포함 554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16억원에 불과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10년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한컴시큐어(옛 소프트포럼)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지속해 왔다. 2012년 필소굿시스템의 이지포토 영업부문 양수를 시작으로 디비케이네트웍스 아이텍스트 등 유망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연이어 인수했다. 동시에 한컴커뮤니케이션(교육) 한컴인터프리(통·번역서비스) 한컴플렉슬(전자교과서) 한컴핀테크(핀테크) 한컴보노플레이(모바일게임) 등 여러 사내 벤처를 세워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 2015년까지 연간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수출 규모는 지난해 약 130억원으로 늘어났다. 한컴시큐어 대주주이자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김상철 회장이 회사의 확장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지난해 매출은 1012억원으로 2010년 대비 114%, 영업이익은 290억원으로 168.5% 증가했다. 지난 2분기에는 1990년 회사 설립 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105억원) 100억원을 넘어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