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의 ‘몸통’인 풍력타워를 만드는 씨에스윈드는 1989년 회사 설립 이후 지난해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237억원)을 냈다. 경험이 없었던 해상 풍력발전 구조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납기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작년 8월19일 연중 최고가인 2만7150원(종가)을 찍은 주가는 12월5일 연중 최저가인 1만5400원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작년과 바뀌었다. 씨에스윈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75억원을, 영업이익률은 11.75%를 나타냈다. 반전의 계기는 힘든 시기에 과감히 단행한 인수합병(M&A)에서 마련됐다. 각각 1파운드와 35억원에 인수한 영국과 말레이시아법인에서 ‘깜짝 실적’을 냈다. 회사 측은 내년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씨에스윈드, 글로벌 풍력시장 '바람' 타다
◆효자 된 영국법인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씨에스윈드는 250원(0.93%) 오른 2만720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최저가 대비 76.62% 상승했다. 지난 7월20일 전고점(3만1600원)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올 들어 꾸준히 우상향 궤적을 그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혜주로 꼽히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됐다. 두 번째는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됐다. 씨에스윈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32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은 작년에 인수한 영국법인이 견인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수 당시 ‘껍데기’와 다름없었던 영국법인은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과 2019년엔 각각 9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씨에스윈드는 국내에 생산 공장이 없다. 수요처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직접 세우는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화+현지화)’ 전략을 구사한다. 지금까지는 베트남과 캐나다법인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반덤핑 소송 등으로 이들 법인의 성장세가 멈추자 회사 실적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씨에스윈드 영국법인은 세계 2위 풍력발전 회사인 지멘스윈드파워가 짓는 풍력발전기에 풍력타워를 공급하는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가속화

영국법인은 작년 4월 윈드타워스코틀랜드(WTS)를 인수한 회사다. 인수 당시 풍력발전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수년간의 경영난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모기업이었던 영국 공기업 스코틀랜드남부에너지(SSE)마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전 세계 해상 풍력 시장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영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이 법인은 영국 유일의 풍력타워 제조업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보통 자국 생산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 다른 지역에 있는 법인에서 제품을 생산해 영국으로 실어나를 경우 비싼 수송비를 들여야 하는 만큼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뒤엔 비효율적인 공정 관리에도 대대적인 ‘메스’를 댔다.

작년 말 인수한 말레이시아법인도 순항 중이다. 베트남법인이 반덤핑 소송을 당해 미국 수출길이 막힌 가운데 새로운 대미 수출기지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2~3곳의 공장을 추가 인수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 중이다.

씨에스윈드는 적자의 핵심 요인이었던 해상 풍력발전 구조물 사업에 신중히 접근할 예정이다. 김한상 씨에스윈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저가 수주와 납기 지연으로 인한 배상금 지급 등 큰 수업료를 냈다”며 “당분간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씨에스윈드는 원청회사와 해상 풍력 구조물 사업에서 발생한 원가 인상분 중 일부를 반환해달라는 소송과 협상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최소 500만달러에서 최대 1500만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