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에 쌈짓돈을 덜컥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경닷컴>은 '깜깜이 투자'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비상장 기업을 찾아가 투자자들 대신 질문(Question)하고 기업공개(IPO) 계획, CEO 인터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이유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에 대해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하는 '레디 큐! IPO'를 만들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청약 시기에 맞춰 주요 내용을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편집자주]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사진=브릿지바이오 제공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사진=브릿지바이오 제공
바이오 벤처기업 브릿지바이오의 판교 삼평동 사무실에는 연구실도 생산시설도 없다. 다른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달리 직접 연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외부에서 사들여 개발한다. 임상시험도 외부에 위탁하고, 감독한다. 언론사로 치면 기사를 지시하고, 편집하는 데스크인 셈이다.

이러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이 회사는 현재까지 8개의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약 171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도입하고 개발한 덕분에 투자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며 "내년 3~4분기에는 임상시험 자금을 마련을 위해 코스닥 상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 효율 위해 NRDO 모델 적용"

2015년에 설립된 브릿지바이오는 전 직원 6명의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학, 바이오 벤처기업 등 외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고, 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연구단계와 임상시험 3상은 직접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해 물질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브릿지바이오는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NRDO는 경영 효율성 등을 위해 개발만 하는 바이오 기업을 뜻한다. 신약 연구 단계는 수 많은 물질 중 치료제로서 적합한 물질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비용도 얼마나들지 예상하기 어렵다. 반면 개발 단계는 전임상시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등 단계가 나눠져있기 때문에 각 단계마다 드는 시간과 비용이 예측 가능하다.

이 대표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것은 두 번의 창업 경험 때문이다. 25년간 업계에서 일한 이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창업하고, 렉스바이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NRDO 기업은 기존 바이오 벤처기업들보다 예산운영과 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객관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들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국내외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들의 사업개발 자문을 한 경력도 NRDO 기업을 창업하는데 도움이 됐다. NRDO 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후보물질의 시장성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원하는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 기업 올리패스와 다국적 제약사 BMS를 연결시키고,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사업개발 자문 경험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갖췄다.

브릿지바이오 직원 5명 모두 업계에 15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들이다. 임직원들은 LG화학, 부광약품, 유유제약 등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한 박사급 전문가들로 구성돼있다.

이 회사는 효율성을 위해 개발과정의 연구도 직접하지 않는다. 도입한 물질을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내고, 시험 계획을 설계한다. 이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연구 위탁 기관에 이를 맡겨버린다. 위탁 연구 기관에서 시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확인하고, 수정한다.

이 대표는 "실력있는 CRO 등 신약을 만들기 위한 생태계가 잘 마련돼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혁신신약으로 차별화 전략
브릿지바이오 파이프라인. 출처=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 파이프라인. 출처=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는 전략적으로 혁신신약이 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한다. 혁신신약은 치료제가 없었던 질병의 신약이나 기존 의약품들과 다른 원리로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뜻한다. 일반적인 신약보다 가치가 훨씬 높다.

이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물질 초기에 기술이전을 할 때 다른 치료제들과 차별화되는 물질을 선호한다"며 "현재 혁신신약 후보물질만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2개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신약후보물질인 'BBT-401'은 만성 염증이 생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펠리노-1)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회사 창업과 동시에 한국화학연구원과 성균관대학교 박석희 교수팀으로부터 이 물질을 사들였다. 회사는 현재 이 물질 특성을 이용해 BBT-401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와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궤양성대장염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치료제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비정상적으로 계속 발생해 궤양이 생기는 질병으로, 전 세계 치료제 시장 규모는 80억 달러(약 9조164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들은 염증은 억제하지만 궤양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다.

이 대표는 "BBT-401은 기존 치료제들과 다른 원리로 궤양성대장염을 치료하기 때문에 염증은 물론 궤양 상처까지 치료할 수 있다"며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한 만큼 시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브릿지바이오의 두 번째 신약후보물질은 바이오 벤처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오토택신 저해물질'이다.

오토텍신은 간경변처럼 조직이나 장기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증을 발생시키는데 주요한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다. 회사는 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의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전 세계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2910억원)로, 아직 효능이 좋은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말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임상시험 1상 승인계획서(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FDA에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시험 1상과 폐섬유증 치료제 임상시험 1상 IND를 낼 예정이다.

내년 코스닥 상장 계획

브릿지바이오는 이미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이러한 전략과 신약 개발 기술을 인정 받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USA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 제약사 중 7개 제약사가 브릿지바이오에 관심을 가졌다. 회사는 이들과 미팅을 갖기도 했다.
존슨앤드존슨(J&J) J랩스 휴스턴. 사진=J&J J랩스 공식 사이트
존슨앤드존슨(J&J) J랩스 휴스턴. 사진=J&J J랩스 공식 사이트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중 최초로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인큐베이터 센터인 'J랩스'(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입주했다. J랩스는 J&J가 유망한 바이오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인큐베이터 센터이자 R&D센터다. J&J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만 이곳에 들어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브릿지바이오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 8곳의 VC는 145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KB증권이 브릿지바이오에 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결정했다. 엔젤투자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약 17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대표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경력과 네트워크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을 코스닥 상장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는 내년 3~4분기 기술특례를 통한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획 중이다. 지난달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외부감사도 받고있다.

이 대표는 "올해 임상시험 신청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이를 잘 마치고 내년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8개 VC들이 바이오브릿지에 투자한 이유가 뭘까요? ☞ 직원 6명의 바이오벤처, 8개 VC서 러브콜 받은 비결은?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