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코스피지수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하락세일 때는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웃돌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9일 7만2000원(3.02%) 떨어진 231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0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 256만원)를 기록한 뒤 9.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3.4%, 액티브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평균 1.53% 떨어졌다.

펀드 수익률이 단기 하락세지만 펀드매니저들은 남몰래 웃고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지는 구간에서는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액티브 펀드의 목표는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기준점인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데 있다. 대부분의 주식형펀드는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 유가증권시장 내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20%가량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이 비중만큼만 펀드에 삼성전자를 담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하락세일 때는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웃돌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펀드에 삼성전자를 20%보다 낮게 담고 있는 매니저들은 삼성전자가 하락하더라도 수익률 충격이 전체 코스피지수보다 덜하다. 펀드 내 삼성전자를 최대로 담은 매니저라도 수익률 충격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와 같기 때문에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손해가 크지 않다.

삼성전자가 빠르게 상승할 때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삼성전자 비중을 크게 늘려야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률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가 시장 상승세를 이끌면서 펀드매니저들의 관심사는 펀드 내 삼성전자를 얼마나 담을 것인가에 집중됐다”며 “최근처럼 하락세일 때는 이런 고민을 덜고 각자의 투자 방식에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고 털어놨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