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다시 넘어선 가운데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유가 움직임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51.09달러, 브렌트유는 52.42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 모습이지만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미국의 원유 증산 움직임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유가 상승 요인이다. 반면 유가 약세에 큰 영향을 미쳐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OPEC은 이번주 회의에서 원유 감산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감산 기한 연장 가능성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OPEC 회원국 대다수가 심각한 재정난 상태여서 원유 감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 원유시장은 무엇보다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 국영원유회사 페데베사(PDVSA)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용부도스와프(CDS)로 계산한 올해 PDVSA의 디폴트 확률은 지난 2일 70% 부근까지 뛰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PDVSA가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원리금 규모는 50억달러로 당장 이달에 지급할 금액만 7억2500만달러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현금성 외환보유액은 30억달러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의 국가 부도 여부는 미국 손에 달렸다는 평가다. 미국은 현재 하루 평균 78만배럴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한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49%에 이른다. 미국은 자신들이 강하게 반대한 제헌의회 선거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이유로 최근 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미국이 원유 수입 제재까지 할 경우 베네수엘라가 원유 생산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해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버트 사이먼 FTI컨설팅 중남미지역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석유 수출에 기대고 있는 베네수엘라 의 현금원을 차단해 국가 부도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