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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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변심(變心)에 당황하고 있다. 코스피(KOSPI) 상승을 주도해온 이들이 갑자기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고 있어서다.

가파른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로 환차익(환율의 변동으로 생기는 이익)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많다.

8월에도 외국인은 계속 팔까.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잭슨홀 미팅(24~26일) 이전까지는 그 공세가 거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주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2000억원 이상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7월말(24~28일) 순매도 금액만 1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11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의 이 같은 집중 매도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환차익'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내려오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들어 처음으로 7월부터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했다"며 "연초 이후 달러화 약세와 아시아통화 강세가 겹치면서 캐리 수익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7월 들어서 달러인덱스가 2015년 이후 저점 수준에 근접하자 차익실현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중 1110원까지 하락해 지난 3월말 이후 4개월 만에 1110원대 붕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다만 "달러인덱스는 연초 대비 9% 이상 하락하며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20년간 달러화 패턴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추가 약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원·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외환담당 연구원은 "달러화의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약달러 흐름이 주춤하는 동시에 잠재된 대북 리스크 역시 원·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환산 코스피 상승률은 25%. 만약 외국인이 2016년 2월 저점에서 국내 증시를 매수했다면 달러 환산 코스피 상승률은 3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달러 강세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다시 한번 자극할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입을 모았다. 잭슨홀 미팅과 미 중앙은행(Fed)의 9월 통화정책회의(FOMC) 그리고 미국 예산안 통과 등이 변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시황담당 연구원은 "일단 8월말 잭슨홀 미팅 이전까지 달러 강세를 불러올 만한 요인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달러인덱스는 박스권 하단에서 횡보하거나 소폭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투자플러스] 외국인은 8월에도 '셀 코리아' 외칠까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지만 "환율 하락폭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 증대는 인정하지만, 최근 5년간 환율 구간별 외국인 매매동향을 보면 '일정 환율 수준에서 외국인은 매도에 나선다'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며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진행되고 환율 하락만 안정되면 IT 등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