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합병에 반대하는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가 내년부터 면제된다. 상장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싸게 책정할 수 있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재편이 수월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엔 주식매수권 청구 시 양도세 면제 내용이 담겼다. 지금은 대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들은 장내 주식 거래 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M&A 등의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취득가액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뺀 차익의 22%(주민세 포함)를 세금으로 낸다. 장내 주식 거래에만 비과세를 허용하는 현 세법에서는 회사가 주주 주식을 사주는 과정을 장외거래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팔리는 회사나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회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낮아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해당 소액주주들이 ‘양도소득세를 내느니 그냥 주식으로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예를 들어 A사 주식을 장내에서 1000원에 샀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2000원이라면 양도차익 1000원의 22%에 해당하는 22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1780원보다 낮지 않으면 회사 합병에 반대하더라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장외거래는 거래세가 0.3%에서 0.5%로 높아져 추가비용이 드는 데다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 20일 정도가 걸리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기업은 사업 구조재편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주식매수권 청구 행사 금액을 책정할 때 주주가 내야 하는 세금을 감안해 일정 수준으로 가격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박상영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M&A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내야 하는 세금을 없애 과세 형평성을 높여주자는 취지”라며 “소액주주나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