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동합금판 등을 제조·판매하는 풍산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저점을 지나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반기 ‘더 강해진’ 풍산이 올 것이란 기대에 한 달 새 주가는 10% 넘게 뛰었다.
진격의 풍산…"하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예약"
◆“구리 가격 저점 지났다”

풍산은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800원(3.78%) 오른 4만94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분기 내내 3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 초반 사이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는 이달 들어 14.88% 올랐다. 2분기 소폭 하락했던 구리 가격이 하반기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으로 꼽힌다.

풍산은 구리를 가공해 관이나 판 등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올라 매출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구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리 수요는 늘어나는 데 공급은 줄고 있어서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수요를 이끌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부품 등 수요처가 다양해진 것도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6.9%)을 비롯해 6월 산업생산 증가율(7.6%), 상반기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8.6%) 등이 모두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중국의 하반기 경기회복과 함께 구리 수요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은 줄고 있다. 최대 생산지인 칠레와 페루의 파업, 인도네시아의 정광(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인 광물) 수출 제한 조치로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 따라 구리의 t당 가격은 2분기 5691달러에서 3분기 5836달러, 4분기 5937달러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조조정 효과 본격화

지난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점도 올해 실적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풍산은 이익률이 떨어지는 동관 사업을 축소해오다 지난해 철수했다. 대신 전자 부품에 사용하는 리드프레임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군용 탄약, 스포츠 탄약 등 방산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였던 동관사업에서 철수한 영향으로 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방산 사업용 제품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어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낮은 주가 수준도 매력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풍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54배로 업종평균 15.85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최근 관급기관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받았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가처분 소송 등을 진행하는 2~3년간은 입찰 참가와 납품 등이 그대로 이뤄진다”며 “일부 탄약류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만큼 매출이 지연되는 것이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산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방산 등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반도체 등 업황이 좋아지면서 부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