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17일 오전 6시 12분

현대삼호중공업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년 내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에 더해 2300억원가량을 이자로 물어주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IMM PE를 상대로 4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1주당 5만6000원)를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적 부진 등으로 5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원금에 연 9.5%의 복리이자를 얹어 보상하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 4000억원과 이자 23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IMM PE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은 조선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갖고 이번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탄탄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계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란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계약’이란 시각도 있다. IMM PE는 매년 주당 발행가액(5만6000원)의 2%에 해당하는 돈을 배당으로 회수할 뿐 아니라 상장에 성공하면 CPS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있어서다. 상장에 실패해도 ‘원금+이자’를 되돌려받는 만큼 별다른 부담이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실패 시 보상조건(연 9.5% 복리 이율)은 운용사가 펀드 운용을 잘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수익률(연 8%)보다도 높다”며 “IMM PE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의 장외시장 거래가격이 주당 4만원 초반대인 점을 감안할 때 CPS 발행가액(5만6000원)이 너무 높다는 시각도 있다. IMM PE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공모가가 5만6000원 이상 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은 IMM PE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공모가가 5만6000원 이상으로 평가될 때 상장에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만큼 5년 뒤 현대삼호중공업 주가가 지금보다 40%가량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M PE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조선업황이 회복세인 만큼 5년 내 상장을 자신하고 있다.

이지훈/안대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