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외환시장 첫 개장일인 지난 1월 2일, 달러당 1293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1300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시작된 1300원대 환율은 3월 말까지 석 달간 지속됐다. 28일은 장중 135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1달러=1300원’ 환율이 ‘뉴 노멀’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환율 추세는 과거에 없었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1) 금리차 충격 외환시장이 흡수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연 5.25~5.5%)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 연 3.5% 간 차이는 2%포인트다. 한 국가의 금리가 높다는 것은 채권과 금융상품 등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의미다. 원화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달러로 환전해 국외로 나가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한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과도한 수준의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높은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과거엔 이런 금리 차가 발생하면 투자금이 외부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다수의 경제학자가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 이유다. 최근 들어선 달라졌다. 금리 차이를 환율이 흡수하면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차 확대 영향이 활발한 환율조정 메커니즘으로 상쇄되고 있다”며 “자본 이동의 인센티브가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외환당국의 개입도 환율 수준을 낮추는 것보다는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높은 환율 수준을 용
달러당 1300원 수준인 환율이 수출기업의 이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다.28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실질실효환율 기준)가 10% 하락할 경우 국내 제조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4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조건에서 노동생산성은 0.81%포인트 높아졌다.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면 수입 중간재 가격이 높아져 비용이 늘어나지만, 최종 생산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의 수출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제조업 기업 중 약 73%가 고환율로 인한 이익률 상승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대기업(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기업)에선 환율 상승에 따른 이런 이익 개선 효과가 없었다. 원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대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강진규 기자
일본은행(BOJ)이 이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에도 엔화 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통화 가치가 더 약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BOJ의 통화정책이 아직 긴축 수준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5엔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27일 1990년 7월 이후 최고치인 달러당 151.97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한 것에 비해선 다소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시장은 19일 BOJ가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엔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이 빗나간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BOJ의 이번 금리 인상은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금리 인상과 함께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으로 유도해온 국채수익률통제(YCC)를 종료하고, 증시를 떠받쳐온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J-REIT) 매입도 멈추기로 했지만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기대는 이미 외환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였다”며 “금리를 올리고 채권과 ETF 매입 정책 등을 폐기했지만 국채 매입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결정 등이 완화적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다무라 나오키 BOJ 심의위원이 강연에서 “천천히, 하지만 착실히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완화적으로 해석되면서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