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식품주 오리온과 제약주 제일약품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해 다음달 1일부터 지주사 자산총계 기준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되는데, 오리온만 새 규제 시행 전 자산총계 기준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난 1일 인적 분할을 한 식음료 대장주 오리온은 분할 후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자산 총계가 3290억원에 달해 현행 기준인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승인을 받으면 지난달 30일 매매거래가 정지된 두 회사 주식은 다음달 7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된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리온은 거래 정지 직전인 지난달 29일 0.63% 오른 7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는 27.88% 상승했다.

오리온처럼 기준 강화 전에 지주사 전환을 신청한 회사는 10년 내에 5000억원의 자산총계 기준을 맞추면 돼 단기적인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주가 상승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리온홀딩스는 상표권 사용료, 배당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은정 대신증권 연구원도 “중장기적으로 배당 확대 가능성과 액면 분할로 유동성이 확보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오리온과 함께 지난 1일 인적 분할을 한 제일약품 주가는 거래 정지 직전인 지난달 29일 2.21%(1500원) 하락한 6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주가하락률은 15.23%에 달했다. 계획대로 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분할존속 회사인 지주회사 제일파마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946억원에 불과하다. 현행 지주회사 자산총계 기준 1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제일파마홀딩스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자산총계 기준 5000억원에 바로 맞춰야 지주사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자산 확충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주회사 신주를 발행해 자회사인 신(新)제일약품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그 대가로 제일약품 주식을 받는 주식교환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과 부산에 있는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재평가해 자산 총액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후 공정위에 지주사 전환을 신청하고 다음달 17일 재상장한다는 목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