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자산 많고 대주주 지분 적은 기업 '주목'
기업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종목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가총액과 비교해 유휴자산(현금 및 토지, 투자자산 등)이 많으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은 낮은 업체들이 후보군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도 해당된다. 주주제안을 통해 자산 매각 등을 유도해 투자 성과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어서다.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 촉각

대신증권은 16일 ‘행동주의 투자와의 동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사들의 ROE, 배당성향,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낮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펀드란 투자 기업에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투자 수익을 얻는 펀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가 확산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은 세계 주요국 대비 ROE가 낮고 배당성향도 최저 수준”이라며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본 효율화,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 기업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이끈 ‘장하성 펀드(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투자했던 대한화섬 대한제당 신도리코의 주가 상승을 예로 들었다.

국내 상장돼 있는 제조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은 2012년 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5조800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 투자액을 뺀 수치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럼에도 배당수익률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1.69%로 러시아(5.90%) 영국(4.12%)뿐 아니라 일본(2.15%) 미국(1.98%)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휴자산 많은 종목 주목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대비 유휴자산 비중이 높고 최대주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PBR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지배구조 개편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유휴자산을 매각하면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며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주들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지고 기업은 자본이 줄어 ROE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휴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상장사는 동국제강(112.7%)과 대림산업(100.2%)이 대표적이다. 두 종목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20%를 넘지만 외국인 보유 지분이 30% 이상으로 더 많다. PBR은 동국제강이 0.44배, 대림산업이 0.74배에 불과하다. 신세계(70.7%)와 현대백화점(61.2%)도 유휴자산 비중이 50% 이상으로 큰 편이다. 최대주주가 외국인보다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차이가 5%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밖에 국도화학 LF 현대건설 메가스터디 오스템 등도 유휴자산이 많고 PBR 1배 이하,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에 들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