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기사만 봐서는 모르겠어. 데이터를 봐야 알지." 높아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만큼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 없이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요 임상 데이터를 이 곳을 할애해 전달한다. [편집자주]

테라젠이텍스의 자회사 메드팩토는 항암제 'TEW-7197'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임상1상을 통해 안전성 및 임상2상을 위한 유효 용량을 확인했다.

올 1월 FDA로부터 혈액암인 골수이형성증후군(MDS)에 대한 임상2상을 승인받았고, 지난달에는 간암에 대해서도 2상을 승인받아 각각의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메드팩토는 TEW-7197의 작용기전 특성상 MDS와 간암에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TEW-7197은 성장인자인 'TGF-β'의 신호를 차단해 암의 증식을 막는 화합물질이다. 현재 세계에서 TGF-β의 수용체인 'ALK5'의 인산화를 저해하는 기전으로 임상에 진입한 물질은 메드팩토의 TEW-7197과 일라이 릴리의 'LY2157299' 둘 뿐이다.
[한민수의 임상 돋보기]메드팩토, TEW-7197 안전성 확인…미 FDA 간암·MDS 2상 진입
임상 개발 단계는 LY2157299가 더 빠르다. 그러나 임상1상과 전임상 결과를 볼 때 TEW-7197의 효능이 더 뛰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일계열 최고 효능 물질(best-in-class)을 목표하는 것이다.

TEW-7197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의 김대기 교수팀이 도출한 물질이다. 메드팩토는 이를 도입해 보건복지부의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1상서 안전성 확인, 심장판막 부작용 극복

TEW-7197의 1상은 2014년 6월부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고, 현재 마무리 단계다. 1일1회 투여에 대한 임상 결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TGF-β 신호 차단 과정에서 발견되는 심장판막의 이상이 없었다.

하일호 메드팩토 수석부사장은 "1일 30mg 투여를 시작으로 용량을 340mg까지 늘렸지만, 이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며 "많은 제약사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심장판막의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장판막은 심장의 혈액을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 얇은 막이다. 심장 운동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고 조직이 재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TGF-β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조직 재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저해하기 때문에 심장판막의 재생을 방해해 관련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심장판막의 이상은 TGF-β 저해 기전의 항암제를 개발하려던 제약사들을 좌절하게 만든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메드팩토의 TEW-7197과 일라이 릴리의 LY2157299은 심장판막 이상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기 때문에 후속 임상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TEW-7197은 5일 투여 후 2일 휴식, LY2157299는 2주 투여 후 2주 휴식의 투여법을 취하고 있다.

◆ MDS 빠르면 10월, 간암 내년 하반기 가능성 확인

쥐(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TEW-7197은 LY2157299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TEW-7197은 kg당 2.5mg을 사용해도 75mg을 투여한 LY2157299 대비 암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더 컸다.
[한민수의 임상 돋보기]메드팩토, TEW-7197 안전성 확인…미 FDA 간암·MDS 2상 진입
메드팩토는 전임상에서 확인한 TEW-7197의 효능이 암 환자에게도 나타날 것이란 가정 아래, MDS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을 진행한다.

FDA에서 승인받은 MDS 2상은 TEW-7197 두 개의 용량에서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혈액암에서는 TGF-β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smad7'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TEW-7197의 효능을 기대 중이다.

MDS 2상의 1차 목표는 헤모글로빈의 증가와 수혈 횟수의 감소 등으로 빠르면 10월이면 약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상에서 효능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기술수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간암은 TGF-β가 병의 예후를 나쁘게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와있다. 메드팩토는 임상2상에서 TEW-7197 단일 용량으로 질병진행까지의 시간(TTP·time to progression)을 평가한다. 특히 간암 2상은 상황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어댑티브 디자인'으로 미 FDA의 허가를 받았다.

하일호 수석부사장은 "단독 투여에 대한 충분한 결과를 쌓고, 1차 치료제 넥사바 및 면역항암제 등과의 병용 투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GF-β 신호전달을 저해하면 다른 항암제들과 상승 작용을 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TGF-β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을 막는 역할도 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 중이다.

간암에서는 내년 하반기 가능성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 수석부사장은 "TEW-7197은 LY2157299보다 10년 뒤에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개발을 시작했다"며 "당연히 효능이 더 좋을 수밖에 없고, 일라이릴리가 관련 시장을 먼저 만들고 이후 우리가 시장 개화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