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이후 펼쳐진 대형주 장세에서 고전했던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국내 33개 중소형주펀드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가 단 3개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쳤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정치적 요인으로 하락했던 일부 중소형주가 실적을 버팀목으로 반등한 데다 중소형 정보기술(IT) 소재·장비주가 선전한 덕분이다. “삼성전자에 몰렸던 자금이 중소형 IT 소재·장비주와 소비재 업종으로 옮겨가면서 중소형주가 살아나고 있다”(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 팀장)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중소형주 순환매 장세 시작됐다"
◆2년 만에 코스피 턱밑까지…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액 1위 중소형주펀드인 ‘삼성중소형FOCUS’(7186억원)는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1.92%의 수익률을 올렸다. 33개 중소형주펀드 가운데 1위다. 1년 반 만에 코스피지수 상승률(연초 이후 13.32%)을 턱밑까지 따라왔다. 이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15.26%였다. 바이오·소비재 등 중소형주가 주도했던 시장이 삼성전자 중심의 대형주 장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익률 2위인 ‘대신성장중소형주’와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펀드도 각각 11.59%와 10.31%로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펀드업계에서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 이내 종목(96개)을 대형주로 본다. 이외 종목은 중소형주로 분류한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중소형주펀드들이 평균적으로 원금의 -11.90%를 까먹은 탓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32%)보다 15.22% 낮은 성과다. 공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악의 성적표였다.

◆“삼성전자 대신 IT 소재·장비株”

좋은 성적을 낸 중소형주펀드들은 실적이 꾸준히 좋아진 종목에 장기투자했다. 삼성중소형FOCUS 펀드를 운용하는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주식운용본부장은 ‘정치적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소비재 업종에 주목했다.

민 본부장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대형주 장세에서 수급상의 이유로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떠나는 시점에서 역으로 투자 기회를 노렸다”고 덧붙였다. 이 펀드는 로엔(3월1일 기준 포트폴리오 비중 3.34%)과 아모레G(3.11%), CJ CGV(1.65%), GS홈쇼핑(1.33%) 등에 주로 투자했다. 최근엔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등 유통주 비중을 늘렸다.

대신성장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김종언 팀장은 삼성전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조금씩 낮추면서 IT 소재·장비주 비중을 높여나갔다. 대표적인 종목은 포트폴리오 비중 1위인 스마트폰 부품회사 비에이치(5.41%)다. 이 회사 주가는 IT 호황 속에 올 들어 30% 가까이 올랐다.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펀드는 영업이익이 매년 10~15% 늘어나는 종목에 집중했다. 연 1%대 초저금리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는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론 빠질 수 있어도 곧 회복된다는 믿음에서다. 포트폴리오 내에선 메리츠화재(6.85%)와 한국자산신탁(5.24%), 메리츠금융지주(4.67%), 한전기술(4.32%) 등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더존비즈원 실리콘웍스 등 4차산업 관련 기업 비중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가량으로 유지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