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그룹 계열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 수익률이 약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각 그룹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4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그룹주 펀드 가운데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47개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5월2일 기준)은 12.8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8.81%보다 훨씬 높다.
핵심 계열사 실적 뛰니…날아오른 그룹주 펀드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돋보였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삼성그룹주 펀드 26개는 최근 1년간 평균 13.7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그룹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서만 25%가량 오르며 고공행진한 덕분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들이 편입한 전체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은 평균 18.7% 정도다.

LG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눈에 띈다. 지난해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회복 ‘신호탄’을 쏜 LG전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증권투자신탁’은 올 들어 10.82%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디스플레이와 실적 개선을 재료로 연초 이후 주가가 26%가량 뛴 LG유플러스 등 다른 계열사도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그룹주 펀드의 ‘몸값’을 올릴 만한 호재로 꼽힌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증시 안팎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그룹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24%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하면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대차는 판매 실적 부진에도 지난달 21일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하루에만 4.86% 급등해 15거래일 만에 15만원 선을 회복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앞으로 1~2년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종목을 담고 있는 펀드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