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을 탈피한 코스피가 고공 행진하면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연중 최대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성공 확률은 절반 수준에 그쳤고, 수익률은 대박과 쪽박을 넘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합계는 7조3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중 최대규모다.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연초 신용융자 잔고 6조8082억원에 비하면 4540억원 가량 늘었다.

신용잔고 증가는 코스피 상승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달 21일 기업들의 호실적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코스피는 2160선을 회복했다. 상승 랠리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상승장에 배팅하는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 사이 프랑스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지정학적 위험요인에 대한 긴장감도 풀어졌다.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차익실현 매물 출회를 의식한 탓에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5일 7조2990억원, 26일 7조2736억원, 27일 7조2623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는 추세다.

기대감과 달리 투자 성적은 좋지 않았다. 빚을 내 투자했지만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절반 정도에 그쳤다. 연초 이후 신용융자 잔고가 많이 늘어난 코스피 종목 상위 20개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11개였다.

신용융자 잔고가 405주에서 6만3541주로 1만5600% 증가한 일성건설은 주가가 8950원에서 1만5950원으로 78.21% 올랐다. 4만6900%로 잔고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은 66.46%다.

반면 신용융자 잔고가 33만주에서 274만주로 730.30% 증가한 티웨이홀딩스의 경우 주가가 6880원에서 2635원으로 떨어졌다. 성지건설은 잔고가 1211.80% 늘었는데 주가는 44.85% 하락했다.

이들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5.2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8.96%보다 훨씬 높았다.

코스닥도 사정은 비슷했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증가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12개 종목이었다.

잔고가 1200% 늘어난 KD건설이 45.16%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고, 1만8500% 늘어난 에이엔티도 주가가 31.40%나 뛰었다. 이들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9.09%로 코스닥 상승률 0.48%를 압도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