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최고치 향해 달려가는데…주식형펀드의 증시 비중 12년 만에 최저
주식형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비중이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는 코스피지수 움직임과 반대로 올 들어서만 3조2000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결과다.

◆2005년 이후 최저 수준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1587조원) 대비 국내 액티브 공모펀드 투자금 비중은 1.77%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모펀드 시장이 성숙하기 전인 2005년 10월12일(1.79%) 이후 약 11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비중은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 투자 열풍이 불 당시 13.41%까지 올랐다가 2014~2015년 이후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이기지 못하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설정액 1위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서 4975억원, 한국투자네비게이터(2301억원)와 한국밸류10년투자(2073억원) 등에서 2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시장을 둘러싼 ‘3대 불신’이 펀드 투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펀드에 투자하기에는 수익률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공모형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14년 -5.36%, 2015년 2.93%에 이어 지난해 0.65%를 기록했다. 매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3.32% 상승했지만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평균 1%의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

은행과 증권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불신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2003~2016년 말까지 14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9.6%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제 거둔 수익은 이보다 3.1%포인트 낮은 연 6.5%로 추정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이 이미 오른 상태에서 뒤늦게 가입한 사람이 많고 수익이 조금만 나도 펀드 갈아타기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며 “돈을 번 사람이 적다 보니 투자자가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세장에선 한 발 먼저 움직여야”

한국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다. 6년 동안 박스권에 갇힌 주가가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그동안 마이너스 수익을 낸 경험이 많아 고수익을 얻기 위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6년 동안 코스피지수 2100~2200대에서 환매하는 ‘박스권 플레이’로 실패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면 자금이 다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강세장에서도 개인이나 소액 펀드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한국 증시의 강세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먼저 매수하고 연기금과 기관투자가가 뒤를 따른 뒤 개인 투자자가 마지막에 들어왔다. 2004년 외국인이 10조원, 연기금이 2조원을 순매수한 뒤 다음해 4월 코스피지수는 1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20조원, 연기금이 9조원을 순매수한 2010년 12월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뚫었다.

이번에도 단기 저점(코스피 1958.38)을 찍고 상승세를 탄 지난해 11월9일 이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자금은 7조5854억원에 달한다. 반면 펀드 환매 주문이 밀려든 기관은 3조5220억원, 개인은 5조8575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허 부사장은 “강세장이란 판단이 서면 지금이라도 한 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