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6일 오후 9시25분

자산총액 국내 3위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이 대규모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을 공모 발행한다.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선 2위 한화생명에 이어 두 번째 발행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해외에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발행 목적은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이다. 영구채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30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 결정에 따라 연장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대신 회사가 부실해지면 채권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고 청산 시 원리금 상환 순위도 후순위여서 발행 금리가 높은 편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1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방안을 고민해 왔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대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96조원인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234%다. 1년 전 260%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보업계 평균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97%다.

보험사들은 대주주 지분희석 등 비용부담이 큰 유상증자보다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후순위채 발행을 현실적인 자본 확충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과거 RBC비율이 150% 미만일 경우에만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으나 지난해 4월 상시 발행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교보생명은 비교적 우량한 글로벌 신용등급을 보유해 해외 시장에서 영구채를 발행하는 게 조달금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교보생명에 10개 투자적격 등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A1(안정적)’을 부여하고 있다.

해외 등급이 없는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13일 국내에서 연 4.582% 금리로 5000억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뛰어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