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ABS 인기 '고공비행'...대한항공 이어 아시아나 4000억 조기 '완판'
항공사가 미래에 발생하는 항공권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내놓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달 들어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 수천억원어치가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1일 발행한 4000억원 규모 ABS는 이날까지 순매수 기준으로 3037억원어치가 거래됐다. 발행 첫날 거래량만 2984억원에 달했다. 집계에 잡히지 않는 거래량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발행 초기에 사실상 완판됐다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9개월부터 최장 4년까지 만기를 3개월 단위로 나눠 총 14종을 발행했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7일 4000억원어치 ABS를 내놓은 지 1주일도 안 돼 모두 팔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이 ABS는 만기가 1년3개월부터 5년까지 3개월 단위로 쪼개져 총 16종이 발행됐다. 아시아나항공보다 만기가 길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발행 당일 거래 규모만 2728억원에 달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고금리를 주는 게 흥행 비결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ABS의 발행금리는 만기가 가장 짧은 9개월물이 연 2.936%, 가장 긴 4년물은 연 7.204%에 이른다. 신용등급이 ‘A-’이지만 두 단계 아래인 ‘BBB’급 회사채 평균금리(4년물 기준 연 7.01%)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한항공 ABS도 연 3.007%(1년3개월 만기)~5.851%(5년 만기) 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신용등급인 ‘A’급 회사채 평균금리보다 0.7%포인트 이상 높다.

이 같은 고금리에 이끌려 자산가들이 대거 투자에 뛰어들었다. 발행 ABS 중 일부만 은행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사들였을 뿐 상당수 물량은 증권사 개인 고객이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투자처를 찾는 자산가들이 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두 항공사 ABS는 일정 기간 이들 회사를 통해 신용카드로 팔리는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권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조달금액의 몇 배에 달하는 항공권 판매수익 가운데 일부를 ABS를 갚는 데 쓰도록 사전에 정한 상품이다. 발행회사는 매출채권을 특정 은행에 위탁해 ABS를 발행하고, 수탁은행은 ABS의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현금을 투자자 원리금 상환용으로 쌓아둔다. 발행사가 항공기 운항만 계속하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