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5일 오후 4시21분

세계 3위 물류회사인 UPS가 국내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기존 택배시장 강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시장점유율 44.1%), 한진택배(11.9%), 롯데택배(11.9%), 우체국(8.0%), 로젠택배(7.3%) 등이 나눠 갖는 구도다. UPS가 로젠택배에 자체 국제특송서비스(EMS)만 결합해도 2위인 한진택배를 손쉽게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미국 UPS, 로젠택배 2700억원에 인수…국제특송 결합 땐 택배업계 2위로
◆UPS, 택배시장 강자들 위협

한국 시장을 뺏으려는 UPS와 지키려는 국내 택배회사의 경쟁은 ‘시스템 대 하드웨어’의 대결로 요약된다. UPS의 강점은 운영시스템이다. UPS는 미국 시장에서 전체 배송지를 실증 분석해 우회전만으로도 배송을 마칠 수 있도록 동선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택배차량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차량 동선까지 분석하는 UPS의 선진 시스템이 국내 온라인 시장의 다품종 소량 구매 패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면 단기간에 국내 택배회사들을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다.

물류시설과 영업망을 보유한 종합물류회사와 달리 로젠택배는 자체 물류 인프라가 없는 ‘택배 프랜차이즈’ 구조를 갖고 있다. 개별 택배 영업주와 맺은 계약에 따라 화주로부터 따낸 물류거래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직영 위주의 UPS가 대리점 기반인 로젠택배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하지만 UPS가 오랜 기간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대비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UPS는 1996년부터 CJ대한통운과 12년간 합작사를 운영한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시장 진출을 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회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로젠택배가 터미널 플랫폼 경쟁에서 약세인 점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택배상품을 집적하고 분류하는 택배터미널은 택배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국내 1위 CJ대한통운은 전국 모든 택배상품이 모이는 허브터미널 5개에 더해 서브터미널 200여개를 거느리고 있다. 로젠택배가 확보한 터미널은 CJ대한통운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CJ오쇼핑 같은 홈쇼핑 자회사와 계열사 물량이 없다는 점도 로젠택배의 약점으로 꼽힌다. 최시영 아주대 물류대학원 교수는 “시스템을 앞세운 UPS가 기본 물동량에서 앞서는 기존 택배회사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매각 과정

로젠택배 매각이 마무리되면 대주주인 베어링PEA는 4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게 된다. 2013년 미래에셋PE로부터 로젠택배를 사들이는 데 1580억원, 2015년 KGB택배 지분 75%를 사는 데 250억원, KGB택배 잔여지분 25%를 추가 매입하는 데 든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 가격(2700억원)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각작업도 순탄치 않았다. 2016년 말 로젠택배를 매물로 내놨지만 지난해 6월 주요 인수후보들이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매각작업이 중단됐다. 작년 9월 3300억원을 제시한 CVC캐피털과 본계약까지 맺었지만 KGB택배에 심각한 부실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협상이 결렬됐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지금까지 베어링PEA는 홍콩국제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