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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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국제유가가 급락한 여파로 원유가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수요 부진 우려와 함께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유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오전 10시49분 현재 KODEX WTI원유선물(H)는 전날보다 2.87% 내린 1만8435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장중 한때 1만8360원(-3.27%)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TIGER 원유선물(H)는 전날 대비 2.05% 내린 4295원을 기록 중이고 KBSTAR 미국원유생산기업(합성 H)도 2.63%의 주가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 WTI원유 선물 ETN(H)은 2.87% 하락한 7285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원유 ETF와 ETN의 하락은 국제유가가 수요 부진 우려로 4%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97달러(3.8%) 하락한 50.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51달러 밑으로 빠진 것은 지난 3일 이후 처음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장중 EIA(에너지정보청)가 주간 원유재고에 대해 100만 배럴 줄었고 정제유 재고도 196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이 154만 배럴 증가한 가솔린 재고에 반응했다"면서 "전통적인 여름 수요 증가 시기(드라이빙 시즌)를 앞두고 가솔린 재고가 늘었다는 점이 수요 부진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2월 이후 가솔린 재고가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므로 시장의 우려가 더욱 빠르게 확산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수급적인 부분도 유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서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WTI의 경우 CME에서 거래되는 5월물 선물가격이며 만기일이 2거래일 남았다"며 "따라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변동성을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담당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달 25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시리아 폭격과 '북핵 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반등 조짐도 시장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면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OPEC 감산 연장 그리고 미국의 인프라 투자 기대감이 유가의 전고점(55달러)을 넘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는 드라이빙 시즌 전 가수요에 힘입어 5월까지는 점진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