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사상최대 실적 낸 롯데케미칼, '3조 몸값' 자회사 상장으로 날개 단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기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종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실적 개선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타이탄)의 기업공개(IPO)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점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호재로 꼽힌다. KTB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60만원으로 제시하며 ‘강력 매수(스트롱 바이)’를 추천했다.

◆“주가 지나치게 저평가”

롯데케미칼은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500원(0.15%) 내린 34만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2월10일(40만7000원) 40만원을 돌파하며 2011년 8월1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45만8000원)에 성큼 다가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30만원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 주가가 실적에 비해 극히 저평가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사 주가수익비율(PER)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26배로 유가증권시장 평균(10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51만3000원으로 현 주가와 차이가 많이 난다.

실적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72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마진(에틸렌 제품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밀어올리고 있다. 에틸렌 마진은 지난해 4분기 평균 t당 559달러에서 올 1분기 569달러로 상승했다. 주력 상품인 모노에틸렌글리콜(MEG·폴리에스테르 원료) 마진도 지난해 4분기 평균 t당 301달러에서 올 1분기 381달러로 치솟았다.

원재료인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 석탄화학(CTO) 공장들의 가동률이 하락한 것도 이 회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감산효과가 나타나 제품 가격이 오른 데다 가격협상력까지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영광 롯데케미칼 대외협력담당 상무는 “미국과 중국 화학업체의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 규모가 예상을 밑돌았다”며 “에틸렌 부문 실적은 2019년까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탄 몸값 3조원 웃도나

이 회사가 2010년 인수한 타이탄의 기업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타이탄은 올 3분기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타이탄은 지난해 매출 2조2851억원, 영업이익 5059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타이탄의 시가총액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타이탄 지분 장부가치(1조5051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타이탄 상장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이탄 지분가치가 급등하는 동시에 지분 매각 차익까지 얻으면 롯데케미칼의 기업가치도 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타이탄은 신주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롯데케미칼과 타이탄은 상장 과정에서 총 15억~20억달러(약 1조7100억~2조2790억원)를 조달할 전망이다. 최 상무는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으로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공장을 증설하고 인도네시아에 에틸렌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며 “타이탄이 동남아시아 석유화학 사업의 중심지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