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사진=더블유게임즈 제공)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사진=더블유게임즈 제공)
"세계 최대 소셜카지노 게임 개발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Doubledown Interactive·이하 DDI)를 인수해,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쁩니다."

18일 새벽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와 계약을 마무리지은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는 서울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날 종속회사인 미국법인 더블유다이아몬드를 통해 미국 게임 개발사 DDI를 8억2560만달러(약 9425억원)에 IGT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게임사로는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이다.

2012년 김 대표가 더블유게임즈를 창업할 당시 2년 먼저 '더블다운카지노'라는 게임으로 시장을 선점한 DDI는 업계 1위였다. 2010년 창업 후 오프라인 업체 IGT에 인수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 선두권을 놓치지 않는 기업이었다.

더블유게임즈는 2015년 코스닥시장 상장 당시 내세운 비전 '2018년 매출 5000억원·시장점유율 10% 확보' 달성을 위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신규 업체는 콘텐츠 보유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났고, 높은 마케팅비 등으로 시장 진입장벽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가운데 올해 IGT가 DDI를 다시 매물로 내놨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 대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입찰전에 뛰어들어 더블유게임즈의 사업경쟁력을 피력했다. DDI가 더블유게임즈에는 최적화 된 매물로,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할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매각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중소형 소셜카지노를 인수, 함께 성장하려고 했지만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가격) 등을 고려하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경쟁자였던 DDI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최선의 선택임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마케팅비 집행 등 단기적인 내부 사정과 경쟁사 진입으로 DDI의 순위가 2~3위 수준으로 밀렸지만 시너지 효과를 통해 2015년 수준으로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사 과정에서 DDI를 뜯어보니 이같은 확신이 더 커졌다. SI(시스템통합) 부서 등을 살펴본 결과, 더블유게임즈의 마케팅 및 운영 능력과 DDI의 IP 및 오프라인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IGT 측에서도 라이선스 계약이 포함된 만큼 사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란 점에서 더블유게임즈가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있었다"며 "동종업계 다른 기업 인수전에 비춰 DDI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수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번 인수로 소셜카지노 업계 2위로 도약했다. 양사의 지난해 매출을 비교하면 DDI가 3162억원(2억7700만달러)으로 더블유게임즈(1556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시장점유율은 DDI 7.3%, 더블유게임즈 3.5%로 전체 10.8%로 늘게 된다. 더블유게임즈가 상장 당시에 주주에게 한 약속을 한발 앞서 지킨 셈이다.

더블유게임즈는 DDI 인수로 게임 라인업 10개를 갖추게 됐다. 현재 북미, 유럽, 호주뿐 아니라 올해 내로 중국,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진출할 물꼬도 텄다. IGT와 계약을 통해 향후 10년간 IGT가 개발한 오프라인 슬롯머신 지적재산권(IP)을 소셜카지노 시장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과 관련, 더블유게임즈가 개발한 카지노 게임을 오프라인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 자이언트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스라엘 개발사 '플레이티카'(Playtika)로부터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 빠른 시일 내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더블유게임즈는 중장기적으로 DDI를 상장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DDI 인수 자금 조달 참여한 투자자 자금 회수의 일환으로 향후 5년 안에 국내외 증시에 기업공개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원용준 전무는 "2015년 상장 당시 국내 매출이 없고 수출 100%인 회사가 국내 투자자의 공모자금을 갖고 글로벌 1위를 위해 경쟁사를 매수한 사례"라며 "DDI의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미정이지만 국내 시장 상장을 우선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