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주 '고점 논란' 끝…코스닥시장 반등 이끈다
‘반도체값 고점 논란’ 속에 올 들어 주춤했던 반도체 장비주들이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값이 오름세를 타면서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장비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상승세가 ‘대형주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코스닥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값 더 오른다”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테스는 17일 코스닥시장에서 1350원(5.60%) 오른 2만5450원에 장을 마쳤다. 동진쎄미켐(5.37%) 원익머트리얼즈(4.46%) AP시스템(3.85%) 유진테크(2.31%) 주성엔지니어링(2.10%) 등 주요 반도체 장비·소재주들도 나란히 ‘빨간불’(주가 상승)을 켰다. 반도체업종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이날 11.23포인트(1.82%) 오른 629.47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10일(3.92%) 후 하루 기준으로는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탔던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올 들어 주춤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지난 2월 초 “D램 시장은 올해 2분기부터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반도체값 고점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향이 컸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UBS 보고서의 충격파는 컸다. SK하이닉스가 이틀 만에 10% 가까이 급락했고, 반도체 장비주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 예상 성장률을 당초 5%에서 11%로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하면서 고점 논란은 일단락됐다.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값이 37%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북한의 핵실험 우려로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반도체 장비주들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기관 집중 매수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반도체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1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9.4%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3D 낸드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꼽히는 테스는 올해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도 장비주에 호재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8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한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도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쿄일렉트론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올해 수주 전망이 아주 좋다’고 밝혔다”며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는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양대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도 이달 들어 반도체 장비주를 쓸어담고 있다. 외국인은 AP시스템(245억원) 솔브레인(89억원) 고영(84억원) 테라세미콘(78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SK머티리얼즈(208억원) 동진쎄미켐(140억원) 테스(125억원) 에스에프에이(113억원)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연기금은 코스닥 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절반가량을 반도체 장비·소재주로 채웠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