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4일 오전 5시11분

[마켓인사이트] 초대형IB 업무 인가 앞두고 '대주주 적격성' 걸림돌 되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업무 인가를 앞두고 ‘대주주 리스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회사나 계열사의 행정제재 이력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당 증권사들의 신규 업무 진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계열사였던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파산이 단기금융업무(1년 이내 어음 발행) 인가를 받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였던 코너스톤은 부채 초과에 따른 채무지급 불능 사유로 2015년 2월 파산했다.

문제는 코너스톤이 파산 당시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였다는 점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가 신규 업무 인가를 받으려면 본인뿐 아니라 그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 역시 일정한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관련 규정은 최근 5년간 파산절차·채무자 회생절차 대상이었던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실이 있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신규 업무 인가를 위한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코너스톤 파산에 한국금융지주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명하지 못하면 2020년까지 신규 업무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증권 역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어음 발행 업무가 9개월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 모회사인 삼성생명(지분율 29.44%)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이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게 돼서다. 최대주주가 최근 1년간 기관경고를 받거나 최근 3년간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 역시 대주주의 결격 사유다.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육성 방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단기금융인가를 받아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확충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1조6920억원과 338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한 뒤 신규 업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나거나 심사가 길어지면 초대형 IB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주주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윤리성이나 법률 준수 의지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금융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실무 차원의 논의와 정해진 절차를 거쳐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초대형 IB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나 사안의 경중을 감안할 때 인가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코너스톤의 파산은 연이은 투자실패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지주회사 차원에서 관여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회사 파산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단서조항이 있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문제가 발행어음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