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 E&S의 수요예측(사전청약)에 모집금액의 두 배가 넘는 투자금이 들어왔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 E&S가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에 총 29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13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인 5년물에 1700억원, 5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인 7년물에는 700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200억원 규모의 10년물에도 500억원이 들어왔다. 이 회사는 성공적인 수요예측에 힘입어 5년물과 10년물 발행금액을 각각 1500억원과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기관들의 외면을 받은 민자발전사들이 올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 잇따라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1~3월 차례로 회사채를 발행한 한화에너지, GS EPS, GS E&R 모두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이상의 청약을 받았다.

IB 업계에선 만기 5년 이하 중단기 채권만 발행한 다른 민자발전사와 달리 SK E&S가 만기 5~10년의 중장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문제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중장기 채권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주요 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털어낼 것이란 전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용량요금(CP: 한국전력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살 때 주는 보조금)을 올렸고, 지난 2년간 급락한 전력도매단가도 유가 상승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h당 65.3원이었던 전력도매단가는 지난달 91.7원까지 올랐다.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과 국민 안전도 발전원을 채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은 발전원가가 가장 싼 곳부터 전력을 공급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전력 공급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