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흥행 성공 위해 '무상증자 당근' 꺼내는 상장사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유상증자 청약률은 높이고 주가 하락은 최소화하기 위해 무상증자 카드를 같이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마트폰 부품기업 크루셜텍은 운영자금 58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 105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이다. 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한다. 무상증자는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공짜)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유상증자 신주배정 기준일은 오는 4월17일, 청약일은 6월1~2일, 청약대금 납입일은 6월12일이며 6월13일을 무상증자 신주배정일로 잡았다. 무상 신주를 받으려는 투자자는 이왕에 주식을 사는 김에 두 달 전인 4월17일까지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이런 수요가 몰리면 유상증자 청약률을 높일 수 있다. 이후 무상증자 배정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게 돼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위험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기업 로체시스템즈의 유상증자가 흥행한 것이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10일 시설 및 운영자금 18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 2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와 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유상증자 청약 결과 청약률은 112.92%를 기록했다.

샌드위치 패널 제조업체 에스와이패널도 지난해 말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청약률이 101.60%로 흥행에 성공했다. 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함께 추진한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유상증자가 반드시 흥행하는 건 아니다”며 “증자 목적과 규모, 실적 등을 두루 감안해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