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부자들은 모두 사모펀드로 돈을 번다.” 다소 도발적인 이 문장은 지난달 9일 키움증권이 서울 여의도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설명회의 제목이다. 이 행사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15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똑같이 ‘펀드’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공모와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극과 극이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선 4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왔다. 반면 사모펀드에는 빠른 속도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평균 13.4%로 공모펀드(7.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투자 원하면 금융사 PB 통해야…최소 500만원 투자 상품도 등장
◆돈 되는 건 다 담는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만 모집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투자자에게 많은 돈을 받지 않으면 펀드 덩치를 키우기 힘든 구조인 만큼 최소 투자금액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 한도는 ‘1억원 이상’이지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처럼 10억원 이상으로 ‘가입 조건’을 올려 잡는 곳들도 있다.

사모펀드라고 해서 고위험 고수익 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정도로 현실적인 목표를 잡는 사례가 더 많다. 대신금융그룹이 지난달 14일 선보인 ‘한남 더힐’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연 3.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만기가 16개월로 짧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완판’됐다. 최소 가입금액 2억원이란 ‘허들’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이 상품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고가 아파트인 ‘한남 더힐’을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안정성을 선호하는 자산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사모펀드는 또 투자 범위가 넓다.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절반 이상이지만 주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품들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영화(코리아에셋쇼박스문화콘텐트사모1호)와 미술품(W아트전문투자형사모1호)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나왔다.

운용사의 전략 변화 등 여러 이유로 쉽게 매니저가 바뀌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펀드매니저 교체가 드문 편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펀드를 운용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성과보수가 있다는 점도 실력 있는 매니저들이 사모펀드로 몰리는 배경 중 하나다. 참신한 투자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모펀드들은 하루 이틀이면 동난다는 게 일선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장은 “표준형 상품으로 발매되는 공모와 달리 사모펀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 의견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폐쇄형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자금유출입이 없어 공모보다 안정적이라는 점도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로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가입하나

인터넷 게시판엔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사모상품은 기본적으로 공개 모집이 불가능하며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모펀드를 소개받으려면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까운 증권사나 은행 PB를 찾아 문의한 뒤 해당 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들을 소개받는 게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법이다.

본인이 원하는 상품이 없을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폐쇄형이라서다. 선착순으로 49명이 다 차면 가입할 수 없다.

한 증권사 PB는 “오래 관계를 맺어 투자성향을 잘 아는 고객에게는 미리 출시일을 공지해 자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1억원에 달하는 최소 투자금액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은 4월께 출시될 예정인 사모재간접공모펀드를 활용하면 된다. 공모펀드라는 그릇에 다섯 종류 이상의 사모펀드를 담아 덩치를 크게 만든 뒤 소액투자자들에게 나눠 파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이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는 것도 소액으로 사모펀드 투자자가 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금융자산 5억원, 연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금융자산 5억원을 포함해 총자산이 10억원이 넘으면 전문투자자 자격을 딸 수 있다. 전문투자자가가 되면 금액 제한 없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