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7.36% 오르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4.09% 떨어졌다. 코스닥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세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코스닥 종목을 비롯한 중소형주 투자자들은 ‘대형주 랠리’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중소형주 투자와 관련한 궁금증을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리했다.
중소형주, 언제 볕 들까…바닥 확인·새정부 정책 윤곽 '5월이 분수령'
(1) 대형·중소형주 격차 얼마나

대형주는 지난해 중소형주 수익률을 앞지른 뒤 올 들어서도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소형주 상승세가 돋보인 2015년까지만 해도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00위권)의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101~300위)와 소형주(301위 이하), 코스닥지수 수익률이 20%를 웃돈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는 정반대다. 코스피지수가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둔 것은 대형주뿐이다. 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수익률은 8.51%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형주는 0.13%에 그쳤고 소형주는 0.48%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코스닥지수와의 격차도 사상 최대로 벌어진 2011년과 비슷하다.

(2) 중소형주, 왜 부진한가

대형주만큼 뚜렷한 이익 개선세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증시가 호황을 누린 2011년에 비해 오히려 22%가량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시장 상승을 이끌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의 코스피지수 상승은 수출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해 온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비중이 낮은 코스닥시장에 수급 공백이 생겼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코스닥시장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펀드 환매가 들어오면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수익률이 낮은 중소형주부터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3) 중소형주에 언제 ‘볕’ 들까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주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종목별로 희비가 갈리는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해 높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등 시점은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거나 지수의 ‘바닥’이 확인되는 때가 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적정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5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예정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쏟아질 정책 방향에 따라 코스닥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센터장은 “대선 국면에서 내수 부양책,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 등이 구체화되면 관련 코스닥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4) 중소형주 반등을 위한 조건

진흙 속에도 진주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소형주를 잘 고르면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활황의 혜택을 입는 코스닥 기업들에 올 1분기 실적부터 ‘낙수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파는 수급 요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설명했다. 후성, 아프리카TV, 유니테스트 등이 손 연구원이 꼽은 ‘낙폭 과대주’다.

중소형주시장 전체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 환매가 줄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펀드 환매에 응하는 기관이 중소형주를 팔아 수익률이 악화되면 외국인 등 다른 투자자들도 중소형주를 쳐다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현 시황을 진단했다. 꼬인 시장의 수급을 풀기 위해선 개인투자자들의 ‘박스권 학습효과’가 깨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