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매매전략은 '3D'…장기투자 키워드는 '지속성장·현금·4차 산업혁명'
“좋은 종목 있으면 하나 추천해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직원을 만나는 주식 초보자의 질문은 늘 비슷하다. ‘혹시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이다. 오로지 수익률로 평가를 받는 펀드매니저들의 접근법은 이들 초보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개별적 정보를 좇지 않는다. 우연히 알게 되더라도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운용 원칙이다.

요즘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은 △자산은 나누고(divide) △목표수익률은 낮추고(down) △매도는 최대한 늦춘다(delay)는 이른바 ‘3D’ 전략을 중시한다. 저성장 시대에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요즘 어떤 종목을 선호할까. 연평균 10% 수익률을 목표로 향후 5년 동안 묵혀둘 주식 선별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속 성장 살펴라

맥쿼리투신운용은 ‘가장 잘나가는’ 운용사는 아니다. 하지만 대형주와 중소형주, 가치주와 성장주를 적절히 섞어 연평균 10% 안팎의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맥쿼리뉴그로쓰 펀드 5년 수익률 56.35%). 이 펀드를 운용하는 전경대 주식운용팀장은 종목을 고를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포트폴리오엔 올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주 등 경기 민감주가 많지 않다. 수익성이나 성장률 측면에선 나쁘지 않지만 경기 국면이 뒤바뀔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GS리테일 삼천리 신세계푸드 SK텔레콤 등은 지속 성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영업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에 탄탄한 수요가 있고, 해당 업종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특히 ROE의 꾸준한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ROE가 꾸준히 늘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87개 종목에 모두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2015년 1월 이후 지난 14일까지 수익률은 40.52%에 달했다. 연간으로 평균 19.44%에 달하는 것이었다.

‘배당금 복리 효과’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7만1000원인 에쓰오일 우선주의 배당액은 1주에 5725원(8.06%)이다. 전 팀장은 “주가가 제자리에 머물러도 9년 뒤엔 원금이 두 배가 된다”며 “회사의 배당 계획이 예측 가능하다면 투자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현금흐름 따져라

유경PSG자산운용은 업력이 짧은 신생 운용사지만 주목을 덜 받는 저평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전략으로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공모펀드 수익률은 11.76%로 운용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이상욱 과장이 중요시하는 지표는 현금흐름이다. 과거엔 이 과장도 자산 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현저하게 낮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주목했다. 그러나 주가가 몇 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은지를 보는 지표는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비율(또는 부동산, 자회사 자산 가치)이다. 그동안 쌓아둔 현금이 이 회사의 안정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향후 투자나 배당을 늘려 주가가 오를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전신인 LG애드 시절부터 LG그룹의 광고 물량을 꾸준히 따온 ‘지투알’이 대표적이다. 시가총액은 1500억원 안팎인데 작년 말 기준 순현금은 950억원에 이른다.

두 번째는 매년 손에 쥐는 현금 규모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과장은 “한 해에 1000억원을 벌어도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거나 설비투자가 늘어 회사엔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현대홈쇼핑처럼 현금이 꾸준히 쌓여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일치하는 기업들은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성장성을 지닌 기업도 관심이다. 두 자릿수 성장률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 과장은 이런 기업으로 고지혈증과 같은 순환계 복제약 생산에 강점이 있는 삼진제약을 추천했다.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라

국내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급변하고 있는 산업 패러다임에서 투자 기회를 잡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리서치기획 팀장은 “산업의 중심축이 바뀌는 국면에선 해당 분야 1위 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활발한 인수합병(M&A)과 함께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을 수혜주로 꼽았다. 작년 9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5조2676억원인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9조원) 인수에 이어 올 들어 미국 사물인터넷 기업 퍼치까지 인수했다.

네이버도 1조7000억원 정도의 현금으로 4차 산업 관련 사내 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세우고 올해도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우섭/이현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