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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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주(株) 중심의 코스피(KOSPI) 지수가 23개월 만에 2160선을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1년 이후 6년 만에 '코스피 2200'을 구경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번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이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 가운데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싼 실적주'가 많아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역시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 FOMC·네덜란드 총선·G20 회담 등 '불확실성 리스크' 제거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기준금리 인상 단행에도 크게 올랐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연히 달러화 강세 요인이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전세계 외환시장의 반응은 '달러 약세'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Fed의 긴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점이 확인되면서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 이벤트의 포문을 연 지난주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의 빌더르스 후보가 정권을 잡지 못하면서 또 하나의 유럽발(發) 리스크가 제거됐다. 빌더르스 후보가 이끄는 자유당이 원내 제 1당을 차지했을 경우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넥시트) 리스크가 불거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었다.

주말 동안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도 당초 우려와 달리 무난하게 끝났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환율에 대한 개입을 지양하자'는 방침이 재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내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액안 인용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도 소강 상태를 유지, 주가 상승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많다.

◆ 외국인, 자금 투입 재개…코스피가 왜 매력적일까?

대내외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외국인은 다시 '바이 코리아'를 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날마다 순매수 해 이 기간 동안 약 2조6000억원 어치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이에 대해 "외국인이 대거 '사자'에 나선 것은 '가격 매력'이 첫 번째 이유"라며 "특히 단순히 싼 주식이 아니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싼 주식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산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내 상장기업의 2017년 이익 전망치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었는데 중국의 경제보복이 소강국면으로 들어가자 유통업을 위주로 다시 상향 조정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철강금속 업종들의 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높은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외국인을 끌어들였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 것도 외국인의 '사자'에 적젆은 영향을 줬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탄핵안 인용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유지된 데다 오히려 무디스가 '정치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상향 조정까지 검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외국인의 높은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면서 "'트럼프 랠리'에서 소외 당했지만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한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진 국내 주식을 외국인이 외면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상장사 매출액' 턴어라운드 전망…"연기금 적극 순매수 '긍정적'"

게다가 올해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어느 해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도 올해 코스피 매출액이 전년 대비 7% 이상 성장해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퀀트전략팀 연구원은 "기업들이 내놓는 실적 가이던스를 활용해 향후 실적을 점검해 보았다"면서 "매출액 성장률이 두드러질 업종은 에너지 기계 IT하드웨어 철강 디스플레이 IT가전 반도체 등"이라고 분석했다.

연초에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약 80~100곳이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영업실적 전망을 공시한 기업으로 조사해 본 결과 매출액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애널리스트 전망치 역시 전년보다 코스피 매출액은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코스피 기업 이익은 지난 2~3년간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패턴을 보여왔다. 매출액이 정체된 상황에서 원가개선,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점감으로 이익이 개선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2017년 코스피 매출액 전망치가 연초 대비 1.6% 상향 조정됐다"며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로 인해 매출액을 비롯한 실적 전망치가 연초엔 하향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했다.

연초 매출액이 상향 조정된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이었다는 것. 김 연구원은 "연초 이후 매출액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업종은 에너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IT하드웨어 IT가전 철강 등"이라고 덧붙였다.

'증시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는 연기금은 연초 이후 6000억원 가까이 순매수 중이다. 연기금은 2015년에 9조원을 순매수한 반면 지난해 순매수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연기금은 2016년 상반기엔 지지부진한 수급 상황을 보였지만, 8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매수 규모를 늘렸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2월 중순부터 적극적으로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형주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연기금 역시 국내 주식을 계속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특히 강면옥 국민연금 본부장이 올해 국내 주식의 순매수 규모를 10조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이론적으로 10조원 매수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2015년에 512조원이던 국민연금의 자산이 2016년엔 558조원으로 1년새 46조원 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연기금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전망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