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6일 열린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한국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6일 열린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한국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농사는 일년대계, 식목(植木)은 십년대계, 사람을 키우는 건 백년대계’라고 합니다. 주식투자는 나무를 심어 10년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 기간 큰 태풍도 두어 차례 옵니다. 위기를 이겨내며 10년을 운용하는 것이 성공하는 주식투자법입니다.”(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한국경제신문사는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전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 예상대로 완만한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직후였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사장 등 국내 대표 운용사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수익률이 오른다고 펀드를 환매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수익 났으니 펀드 환매?…오히려 주식 더 사고 오래 지킬 때"
▷조일훈 부장=도대체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구성훈 대표=한국 시장에서 2001년 1월 주식을 1만원어치 샀다면 지난해 말 평가액은 평균 4만4000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투자 원금이 4.4배로 불었다는 얘기다. 채권(2.4배)이나 정기예금(1.8배)에 비해 수익률이 좋다. 다만 꽃이 사계절 피는 건 아니다. 꽃의 성격, 즉 중장기 자산으로서 주식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잦은 매매보다는 오래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이 더 어울리는 게 주식이다. ‘타이밍 매매’가 성공할 확률은 전체 주식 거래의 1%에 불과하다.

▷한동주 사장=답은 장기 투자다. 지금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에 가깝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이다. 미국(20배)이나 중국(13배)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지금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건 아주 좋은 투자 방법이다.

▷조홍래 사장=지난 40년간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을 생각해보자. 아파트로 재테크한다는 사람 중에 3개월~1년 뒤 아파트값 안 올랐다고 안달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 그게 재테크다.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주식 재테크는 짧은 호흡으로 하나. 개별 종목이라면 모르지만 펀드에 투자한다면 5~10년 보는 게 맞다.

▷조 부장=요즘은 수익률이 오르면 금방 환매해 버린다.

▷서유석 사장=코스피지수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환매를 생각한다. 지난 5~6년간의 ‘박스피’를 겪으며 쌓인 학습 결과다.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체감 경기가 나쁘니 주가 상승에 확신이 안 드는 것이다.

▷조재민 사장=거시경제와 기업 이익, 거시경제와 주가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장기로는 같은 방향이지만 단기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6~7년간 정체된 기업 이익이 최근 20%가량 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주가도 그만큼 상승 여력이 생긴 셈이다.

▷조홍래 사장=그런 괴리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거시경제 성과가 어떤 상장사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지를 예민하게 파악해 투자자를 안내한다. 이런 노력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느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결정된다.

▷민정기 사장=고객을 직접 만나는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도 펀드 환매를 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펀드의 경우 3개월 단기 성과만 보고 갈아타라고 추천해서는 안 된다. 운용업계와 판매사가 협력해 투자자가 더 정확한 판단을 하고 단기 투자로 흐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 부장=주식형 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구 대표=판매사에서는 아무래도 3개월, 6개월 등 단기 실적 중심으로 펀드를 추천한다. 하지만 펀드는 중장기 상품이다. 장기 실적을 봐야 한다. 운용 매니저의 실적을 보는 것도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장기 성과가 좋은 매니저가 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때 신뢰를 갖고 사는 게 가장 좋다. 또 자산의 일정 부분은 인덱스 상품에 투자해서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필요가 있다.

▷민 사장=개별 자산에 올인하기보다는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갖고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자산 관리는 판매사에서도 받을 수 있다. 운용사 역시 자산배분형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론적으로는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본인이 최소한의 거시경제적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그래야 어떤 자산군의 어떤 상품을 고를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재테크 목적에 맞춰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채권 투자금은 1년 내 쓰는 자금, 주식 투자금은 3~5년까지 보는 자금이라는 식이다. 또 주식 중 3분의 1은 안정적인 배당상품, 3분의 1은 시장을 추종하는 상품, 나머지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 등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본인 나름대로 자금을 배분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지속 가능한 재테크를 할 수 있다.

▷조재민 사장=언제 어떤 상품이 오를지 개인이 알 수는 없다. 평소에 다양한 상품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수익이 날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야 한다. 수익이 난 것은 팔아서 다시 저렴한 상품으로 들어가는 ‘선순환 과정’을 거치는 게 성공하는 투자법이다.

정리=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