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하면서 ‘원금 반토막’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금융투자상품이 등장했다. 손실제한형 상장지수증권(ETN)은 코스피200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발행가 대비 80~98%는 투자금을 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손실제한형 ETN을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절충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는 ETF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중위험·중수익을 지향하는 ELS의 특징을 상당 부분 가미했다는 얘기다. 손실을 우려해 주식 투자를 부담스러워하거나 만기까지 자금이 묶이는 게 싫은 ELS 투자자들이 이 상품에 주목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 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등 4개 증권사가 내놓는 손실제한형 ETN 15종은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2~3가지 기초지수로 수익이 결정되는 ELS보다 수익구조가 단순하다.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분산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상품에 따라 활용하는 파생상품과 수익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상승장, 하락장, 횡보장 등 시황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손실 20%로 차단한 ETN 나온다] ELS·ETF 장점 결합…지수 15% 오르면 수익률 30% 확정 상품도
(1) 상승장을 내다본다면 ‘콜스프레드형’

상승장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콜스프레드 ETN’ 5종에 관심을 둘 만하다. 기본 구조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같다. 여기에 콜옵션을 동시에 사고파는 ‘콜스프레드’ 전략을 활용해 최대 손실(-20~-2%)과 최대 수익(10~40%)을 제한했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4개 증권사 모두 각각 1종목 이상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최대 손실구간은 2%로 막고, 최대 수익은 10%로 제한한 ETN을 내놨다. 문성제 NH투자증권 IC운용본부 차장은 “처음 상장되는 상품이라 운용상 시행 착오나 투자자 혼란이 빚어질 수 있어 보수적으로 상품 구조를 짰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이와 비슷한 구조지만 지수 움직임 대비 두 배 손익을 내는 ‘레버리지형 ETN’을 출시한다. 상승장이 펼쳐지면 최대 40% 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주가가 크게 빠지더라도 발행가(1만원) 대비 80% 수준은 건질 수 있다는 게 삼성증권 측 설명이다.

(2) 하락장을 예상하면 ‘풋스프레드형’

주가지수가 빠질 것으로 판단될 때는 인버스 ETF와 비슷한 ‘풋 스프레드 ETN’을 고르면 된다. 이번에 출시되는 상품은 모두 4종이다.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지만 풋옵션을 동시에 사고 팔아 지수 하락 시 최대 40%까지만 수익을 낼 수 있고, 상승장에서 2~20%까지만 손실이 나도록 설계됐다. 콜스프레드 상품을 뒤집어놨다고 생각하면 된다.

(3) ELS 대신하는 ‘조기상환형’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는 ELS처럼 만기 이전에 조기 상환이 가능한 ETN 2종을 선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ETN은 상장 당시 코스피200지수를 기준으로 15% 오르면 1년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30%의 최대 수익을 확정짓고, 조기 상환되는 상품이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DS부 팀장은 “주가지수가 일정 부분 오르면 수익이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매도시점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상환형 ELS는 정해진 기간에 지수가 일정 구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확정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반면 조기상환형 ETN은 일정 부분 지수가 올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횡보장이나 약세장을 예상한다면 ELS가, 상승장을 예상한다면 ETN이 나은 선택이란 설명이다.

(4) 박스권 상단일 때는 ‘콜형’

15개 가운데 14개가 손실은 물론 최대수익도 제한한 상품이다. 콜 ETN은 예외다. 주가지수가 상승한 만큼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콜옵션만 매수해 최대 손실구간만 발행가 대비 5% 수준으로 제한한 점이 콜스프레드 ETN과의 차이점이다. 코스피지수의 고점 논란이 불거질 때 활용해 볼 만하다는 게 증권사 담당자들 설명이다. 수수료를 주고 지수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임상백 삼성증권 ETN파트장은 “각종 옵션을 담았기 때문에 일반 ETN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며 “변동성, 만기까지 남은 옵션가치 등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기준지수의 상승분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5) 지루한 횡보장을 점친다면 ‘콘도르형’

1년 내내 주가지수가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ETN도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콘도르 2종과 버터플라이 1종을 상장할 예정이다. 해당 ETN의 만기는 1년으로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발행 시점 대비 5% 이내에서 움직이면 10%의 최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5% 이상 하락 또는 상승했다면 최대 10% 손실을 볼 수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