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대형주들이 외국인 매수세를 기반으로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종목에서 자금을 빼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9일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한 결과 유가증권시장 38개 종목이 이달 들어 1년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중 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는 삼성전자 LG전자 KB금융 SK텔레콤 등 13곳이었다.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비중은 종목 수로 따지면 12%이지만 신고가 기록 비율은 34%에 달해 대형주의 신고가 경신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절반가량이 삼성전자에 몰렸다.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473억원, 기관은 4542억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 497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삼성전자의 최근 1년 신고가(8일 종가 201만원)를 이끌었다.

외국인 순매수 2위인 LG전자의 경우 기관은 이달 들어 97억원 순매수에 그쳤지만 외국인은 991억원을 순매수해 주가가 올랐다. 삼성SDI(외국인 순매수 542억원) KB금융(419억원) 하나금융지주(294억원) LG유플러스(229억원) 등 나머지 신고가를 기록한 대형주 상승세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가 주된 동력이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화장품·면세점 등 중국 경제 보복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대거 팔았다. 이달 기준 외국인 순매도 상위 3위인 호텔신라는 521억원, 8위인 LG생활건강은 182억원어치를 팔았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외국계 증권사가 줄줄이 관련 종목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은 영향이 컸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