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7일 오전 5시34분

[마켓인사이트] '폭탄 배당' 거듭하는 천일고속
천일고속이 당기순이익을 훌쩍 넘는 규모의 ‘폭탄 배당’(대규모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오너 일가가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천일고속은 지난 6일 보통주 1주에 5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기말 배당총액은 71억원으로 시가배당률(배당금/배당기준일 주가)은 5.4%다.

중간배당(43억원)까지 합치면 지난해 배당총액은 114억원. 지난해 당기순이익(25억원)의 네 배를 넘는 규모로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은 456.8%에 달한다.

천일고속은 2015년 이후 폭탄 배당을 지속하고 있다. 2015년 86억원의 기말배당을 했다. 당시 배당성향은 185.0%였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도 배당을 위한 권리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이달 31일 주주명부를 폐쇄할 것이라고 6일 발표했다.

천일고속이 이처럼 폭탄 배당을 거듭하는 것은 오너가의 증여세 재원 마련과 관련돼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천일고속 창업주인 박남수 명예회장은 2015년 4월 명의신탁으로 보유하고 있던 98만2944주(지분율 68.8%)를 실명 전환해 손자인 박도현 사장(37.1%)과 박주현 부사장(31.8%) 형제에게 전량 증여했다. 회사 주식을 물려받은 형제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천일고속은 알짜회사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16.6%)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주로 주목받았다. 업계에선 배당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 일부를 처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일 대구 북구의 보유 부동산을 362억원에 팔기 위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폭탄 배당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5.2%에 머물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