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배경 드라마 인기로 관광명소 부각…운영난은 여전
"지역 책방 살리자"…각 지자체 동네 책방 살리기 나서

헌책방이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주목받으면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쿰쿰한 책 향기'를 퍼트린 동네 헌책방들은 여전히 운영난에 허덕이며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각 지자체도 소매 걷고 동네 책방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부활이 쉽지만은 않다.

◇ 사라지는 동네 헌책방…"사진만 찍고 가고 책은 안 사요"

인천시 동구 금곡동과 창영동 경계에 자리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미서점'은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눈길을 끌어 드라마 배경으로 채택됐다고 알려졌다.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하면서 관광객이 늘었지만, 헌책방거리 서점들의 매출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기념사진만 찍을 뿐 책을 직접 사 가는 관광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뒤 1953년 폐허가 된 거리에서 수레에 책을 싣고 팔던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돼 1960년대에는 40여개의 헌책방이 운영됐지만, 현재 5개의 헌책방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50여곳 헌책방이 남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6·25 전쟁 때 한 피란민 부부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잡지나 만화 고물상 등이 수집한 각종 헌책을 팔면서 시작돼 이후 책방골목이 형성됐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70∼1980년대까지 공무원 준비생, 학생, 직장인에게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통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점차 도서정가제 도입, 인터넷 서점의 등장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방들이 자구책을 찾기 시작해,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고 책방 번영회를 만들어 활로를 모색했다.

부산의 손꼽히는 관광지가 됐지만, 최근 몇 년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영향으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이 내몰리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월문온천 인근 헌책방 '고구마'는 약 130평 규모 공간에 보유 서적이 30만권에 달한다.

이곳 사장은 1984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중앙서적이란 중고서점을 열며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다 2011년 금호동 책방 자리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자 화성으로 옮겨왔다.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중고서점 사이트 '고구마'를 개설해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속속 생겨나면서 시장을 내주고 운영난 탓에 책방만 운영하고 있다.

광주 동구 계림동과 광주고등학교 인근 헌책방거리는 한때 수십 곳에 달하는 헌책방과 서점이 즐비했지만, 현재는 헌책방 7곳만 남았다.

이마저도 업주들이 노령화와 운영난으로 하나둘씩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으나, 마땅한 부활대책도 없다.

한때 전국적 지점이 개설됐던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지역 지점도 숫자가 줄어 현재는 울산과 광주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동네 서점·헌책방 살리자" 구원투수로 나선 지자체

일부 지역의 헌책방거리는 옛 추억이 깃든 관광명소로 재조명되면서 부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르네상스 사업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을 특화 거리로 만들어 자갈치에서 책방골목, 광복동, 중앙동 윗길, 영주동 길, 차이나타운·텍사스골목, 부산역 등을 연결하는 원도심 스토리투어 코스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동구는 헌책방 골목을 비롯한 배다리 일대를 주요 볼거리와 엮어서 관광특화거리로 조성할 방침이다.

인천시의회도 지역사회 문화의 실핏줄 같은 존재인 서점을 살리기 위해 3년마다 지원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내용 등이 담긴 조례를 제정했다.

경기도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지역서점과 도서 조달계약을 우선 체결하고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학교 등 공공기관, 시·군 도서관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고, 시내 서점 470여곳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 한 장에 담은 '2016 서울시 책방 지도'도 제작·배포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충북지역 출판 동네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충북'이 발족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자체 지원과 함께 온라인·대형서점의 증가, 전자책 도입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네서점들이 스스로 개성과 경쟁력을 갖춘 서점들로 변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광주 동구 헌책방의 한 업주는 "헌책방 운영자 대부분이 노령층으로 가업을 이어갈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문구 판매점을 제외한 순수 서점 수는 1천559개까지 줄어 2005년과 비교하면 544개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선호 장영은 윤태현 이우성 박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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