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금리인상 등 대외불안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악재 겹쳐
4월말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도 불확실성 키워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초호황 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는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코스피는 올들어 2,100선을 바라다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코스피가 상자에 갇힌 것처럼 일정 지수대에서만 오르내리는 '박스피'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만 보내며 투자자들에게 '희망고문'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16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일 연속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91포인트(0.04%) 상승한 20,619.7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각각 20,639.87과 2,351.31까지 올랐고, 나스닥지수도 5,835.15로 상승해 6일 연속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하락세로 마쳤다.

하지만 코스피는 올들어 2,090선도 넘어보지 못했다.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1포인트(0.08%) 내린 2,080.13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편 기대로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유럽 주요국 지수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3월 금리인상과 환율 조작국 지정,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도 삼성그룹주의 동반 하락을 불러와 지수흐름에 일정기간 부담을 줄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는 유가증권시장 15개사와 코스닥시장 1개사 등 모두 16개사이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그룹주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에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악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외국인의 태도변화도 부담스럽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천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이달 들어 5천400억원 넘게 순매도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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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는 경기에 민감한 대형 수출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까 환율 측면에서 변동성이 크다"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은 중립 이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의 최근 상승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과 인프라 확대 등 정책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기대감보다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나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대외적 불안감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를 비롯해 신흥국 증시가 주춤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보다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는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환율보고서에 대한 우려감과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 가능성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증시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는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며 "4월 말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오면 그 내용에 따라 반등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