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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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주(株)에 드리워졌던 안개가 걷히고 있다. 지난 4분기 예상을 웃도는 '깜짝실적'을 내놓으며 성장세를 증명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탁업황 성장, 수주잔고 증가로 2~3년간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4분기 예상 웃돈 '깜짝실적'…신규 수주 증가 기인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업체들은 지난 4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영업수익)은 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0.1% 늘어난 325억원을 기록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치인 깜짝실적을 내놨다"며 "수수료 수익(460억원)과 함께 신탁계정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성장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액에 주목했다. 전망치(420억원)을 대폭 웃돌았기 때문이다. 그는 "신탁회사의 매출액은 자산운용사의 수탁자산 운용에 따르는 운용보수와 성격이 같다"며 "이런 빠른 속도의 매출 성장은 수탁고 성장 속도와 운용보수 인식 속도가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발신탁 특성상 주택의 분양부터 준공까지 약 3년 이상을 운영해야 하므로 이런 추세는 향후 3년간 계속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자산신탁도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결과를 내놨다. 4분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9%, 89.9% 증가한 것이다. 세전이익은 188.5% 급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뿐 아니라 한국자산신탁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며 "작년 차입형 신탁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가 30% 넘게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까지 실적 개선…밸류에이션 매력

증시 전문가들은 수주 증가세가 올해 부동산 신탁업체들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호 연구원은 "수주잔고의 증가 효과로 매출액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미분양주택 확대 등 주택관련 리스크 요인이 불거지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 기대와 달리 주가 모멘텀(동력)은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토지신탁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24일(종가 2610원) 대비 9% 상승에 그쳤으며, 같은 기간 한국자산신탁은 약 2% 하락했다.

조 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확실해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양 사 모두 주가 상승을 이끌 촉매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채 연구원도 "택지 및 도시개발 물량 감소가 부동산 신탁업체들의 장기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낮은 수수료율로 성장원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했다.

부동산 신탁업체들은 지난해 3월 법 개정으로 도시정비시장 참여가 가능해진 뒤, 뉴스테이 활용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이전 정비사업, 장기미추진 정비사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채 연구원은 "고유계정 자본금을 활용해 신탁계정의 수탁고를 늘리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작년 1750억원의 신규 수수료를 약정하면서 올해 수주액이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점도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준수한 실적 대비 현 주가는 너무 싸다"며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주가가 재평가되며 상승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