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10년전으로 '뒷걸음'
올해 국내에서 완료된 기업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가 2006년 이후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주요 그룹 총수들의 부재, 롯데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로 크게 위축된 M&A 시장이 하반기에는 최순실 사태 여파로 완전히 얼어붙은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블룸버그의 M&A 자료를 집계한 결과 올해 국내 기업들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참여한 M&A 거래 금액은 38조4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44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 났다. 39조원어치가 거래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40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아직 거래가 종료되지 않아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약 9조4000억원)를 포함하더라도 올해 M&A 거래 금액은 50조원을 밑돈다.

M&A 거래 건수도 401건으로 200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사상 최대였던 2013년의 563건에 비해 28% 줄었다. 지난해 M&A 거래는 492건이었다.

올해 M&A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장 큰 이유로는 검찰 수사 등으로 시장의 큰손인 대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점이 꼽힌다. 롯데그룹이 지난 6월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석유화학 회사 엑시올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성사 직전에 검찰 수사가 시작돼 거래를 포기했다. 롯데그룹은 미국 면세점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역시 검찰 수사 여파로 무산됐다. 지난 8월 특별사면 전까지 이재현 회장이 구속돼 있던 CJ그룹도 CJ CGV의 터키 극장 인수를 제외하고는 올해 이렇다 할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는 최순실 사태 불똥이 재계로 튀면서 추진 중이던 M&A를 보류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기업 인수도 올해는 급감했다. 2013년 5조7570억원에서 2014년 15조5230억원, 지난해 23조864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던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는 올해 5조13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기업을 가장 활발하게 인수해온 중국 업체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해외 M&A 심사 강화로 인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저금리로 기업 경영권 가격이 오르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투자에 신중해진 점도 M&A 시장 위축을 불러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