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공모주 기관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리청약을 한 전문투자형사모펀드(헤지펀드)와 캐피털사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진 이후 드러난 헤지펀드의 첫 위법 사례다.

금융감독원은 개인을 대신해 공모주 대리청약을 해준 자산운용사 및 캐피털사 15여곳을 적발해 검사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들은 소수의 개인이 설립한 부티크 등에 넘겨줄 목적으로 공모주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정받은 공모주는 수수료를 받고 부티크에 팔았다. 대리청약을 한 기간은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로 기관당 수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범 금융투자준법검사국장은 “인기 있는 공모주를 일반청약을 통해 받을 경우 경쟁률이 최대 1500 대 1에 달한다”며 “부티크 등 일반투자자가 공모주를 원하는 만큼 배정받기 위해 기관투자가 명의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당 기관들이 공모주 시장의 형평성을 크게 해쳤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중징계에 나설 방침이다. 기관 수요예측은 상장을 앞둔 기업의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절차로 개인들이 참여하는 일반청약과 구분된다. 참여기관들은 기업분석을 통해 공모가 산정에 기여하는 대신 공모주 우선배정권과 청약증거금 면제(일반 청약의 경우 50%의 청약증거금을 내야 함)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해당 기관들이 투자중개 인가가 없으면서 공모주를 중간에서 넘겨준 점 역시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최종 제재수위는 제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