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거래일을 1918.76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가 거래 마지막 날인 29일 2026.46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년간 상승폭은 5.6%였다. 연초 중국 증시 급락으로 1800선까지 떨어졌다가 유가 반등과 글로벌 증시 호조 등으로 2000선을 회복했다. 가장 돋보인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올 들어 시가총액이 70조원 넘게 불었고, 지난 20일엔 사상 최고가(181만2000원)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몰표를 던졌다.
삼성전자 상승에 '몰표'…포스코·KB금융도 복수추천
왜 다시 삼성전자인가?

29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명이 내년 유망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포스코(4명) 현대차(3명)가 뒤를 이었다. KB금융신한지주도 두 표씩을 받아 리서치센터장들이 금융주의 전망을 밝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대형주 세 종목, 중소형주 세 종목을 각각 추천했다.

삼성전자를 유망주로 꼽은 센터장들은 실적 개선과 주주 환원 기대감을 이유로 들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와 가치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며 “내년에는 스마트폰 수요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점유율을 넓혀가며 기업가치를 꾸준히 쌓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가 이익을 주주와 나누자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새로운 주주 환원 방침과 지배구조 개선 덕에 주가가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올해와 내년 잉여현금흐름의 절반을 주주 환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수급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주가 상승세가 꾸준한 데다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커 국내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바구니’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쉽게 줄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대차 살아날까

센터장들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를 추천했다. 모두 대형 수출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철강 수요가 늘어 포스코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석 센터장은 “올 들어 포스코는 주가가 30% 이상 올랐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아직 0.5배에 불과하다”며 “각국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올 하반기 들어 실적 악화에 시달린 현대차가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가까이 줄며 투자자들에게 ‘실적 충격’을 안겼다. 장기 파업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은 데다 신흥 시장인 러시아와 브라질의 침체로 신흥국 판매량이 15~2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데다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실적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특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차 발표를 앞두고 있어 주가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은행·카드·증권 등 수익 구조가 다양하다는 점이 투자 근거로 꼽혔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한지주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이익이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높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예금과 대출 이자 마진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리 인상 이후 미국 은행주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KB금융을 추천했다.

중국 관련주는 경계해야

내년에는 또 내수주보다는 수출주, 경기방어주보다는 경기민감주를 담으라는 주문이 많았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대형 수출주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수출 개선이 가시화되는 내년 2분기에는 수출주 주도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센터장은 “내수주 중에서는 외국인 소비 관련주보다는 내국인 소비 관련주를 고르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당국이 다양한 규제를 새로 만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자산 배분과 관련해 유망한 해외시장을 묻는 질문에는 신흥국과 선진국에 대한 선호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윤지호 센터장은 “원자재 등 상품가격이 안정을 찾으면서 신흥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국면에는 신흥 시장 수익률이 선진 시장보다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신동석 센터장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미국”이라며 “선진국과 신흥국 비중은 7 대 3 정도로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