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6일 오전 6시11분

SK머티리얼즈가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회사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란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이달 20일 이후 이날까지 자사주 6372주를 11억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가 지난 19일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보통주 53만주(지분율 5.02%)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상장사들이 통상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사들이는 자사주 지분이 1~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SK머티리얼즈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크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선 이를 두고 SK머티리얼즈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 가치 향상보다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를 보유하면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수월해진다. SK머티리얼즈가 올 2월 정관을 변경해 지주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사실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사인 SK(주)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자회사(SK의 증손회사)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합병(M&A) 등에 제약을 많이 받는 상황. 활동 반경이 좁은 SK하이닉스 대신에 SK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그룹의 반도체 사업이 확장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SK머티리얼즈가 반도체 사업을 관할할 중간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편입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텔레콤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 분할 이후 SK텔레콤 지주사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을 SK의 정보기술(IT) 사업부와 교환하는 시나리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M&A 전문가인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의 새 사령탑을 맡으면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