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2년차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 들어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최고점으로 예상될 때 상장했기 때문에이듬해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상장 2년차 징크스’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상장 기업들
◆‘2년차 징크스’ 못 벗어나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81개 종목(스팩·재상장 제외) 중 47곳(58%)의 주가가 올 들어 하락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오른 에스와이패널(주가 상승률 897%), 코디엠(477%), 보광산업(476%) 등을 제외하면 상장 2년차 기업의 올해 평균 주가 상승률은 0.45%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장사 중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과일주스 등을 커피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흥국에프엔비(-64.44%)였다. 이 회사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상장 초기 투자자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상장 첫날인 지난해 8월7일에는 공모가의 두 배인 4만원으로 장을 시작해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공모가보다 36%가량 낮은 수준이다. 2차전지 생산 장비업체인 엔에스(-54.03%)와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하이즈항공(-50.95%) 주가도 올 들어 크게 떨어졌다.

◆상장 이듬해 실적 꺾여

이들 기업은 상장 전과 달리 상장 후 실적이 부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흥국에프엔비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6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7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효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빽다방, 쥬씨 등 저가 음료 프랜차이즈가 성장하면서 흥국에프엔비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며 “당분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엔에스와 하이즈항공도 마찬가지다. 엔에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3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9억원으로 줄었다. 하이즈항공은 올해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일부 기업은 공모가를 높게 받으려고 여러 해에 걸쳐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 매출을 상장 직전에 한 번에 넣는 식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상장 직후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산업·실적 전망 따져야”

상장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고 주가가 상승세를 탄 기업도 있다. 주로 ‘잘나가는’ 업종에 속해 있으면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업체들이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보톨리늄 톡신(보톡스) 제조업체인 휴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휴젤은 올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5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두 배, 영업이익은 세 배로 불었다. 주가는 연초에 비해 45%가량 뛰었다.

건강보조식품 제조사인 뉴트리바이오텍도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배가량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가 역시 올 들어 53%가량 오르며 상승세다. 뉴트리바이오텍은 방문판매망만 갖춘 경쟁사와 달리 식품·제약업체에도 제품을 납품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부 기업은 상장으로 자본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해 영업이익률(ROE)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상장 예정 기업이 속한 산업군과 실적 전망을 따져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