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행진 가속…내년 상반기 1300원대 전망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내년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업종별로는 전자·자동차·조선업계 등은 환율 상승이 호재지만 항공업계 등은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인 RBC캐피털마케츠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 달러당 1270원으로 오른 뒤 2분기에 1310원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250원으로 오르고 3분기 1275원을 거쳐 4분기에는 13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상승세는 이미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203원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전날인 14일에 비해 3% 이상 올랐다. Fed는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린다. 전자업계는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결제가 주로 달러화로 이뤄진다. 매출은 원화로 표시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 상승은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연간 매출은 4200억원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 생산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여전히 해외 판매 물량의 30%가량을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한다. 조선업도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면 앞으로 수주하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반면 항공사들은 유류비, 해외 체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모두 달러 유로 등 외화로 지급한다. 외화부채도 문제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 말 기준 외화 부채가 84억달러 규모로 전체 부채의 63%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92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