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플러스]원·달러 1200원인데 '바이코리아'…"엔캐리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보름여 만에 처음으로 1200원선까지 올랐다.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 탓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싼 이자의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돈)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오후 2시2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5% 오른 1202.10원을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에도 1200원을 넘어섰었다. 올해 고점은 2월26일(1238원). 원·달러 환율은 3월 이후 9개월여 만에 1200원에 도달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달러화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달러화는 4분기(10~12월) 들어서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확장 재정정책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본유출 우려와 함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원·달러 환율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들어 위안화와 원화는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위안화가 3분기 말 달러 대비 6.7위안에서 현재 6.95위안까지 올랐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일정 부분 용인하는 듯한 자세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통상 대내외 위험 인식을 동반해 왔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증시에서 환차손 등을 염려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달 들어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강도는 더 높아졌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7일 이후로 본격 매수, 전날까지 닷새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샀다. 이 기간 동안 누적순매수 규모는 2조2700억원에 이른다. 기관(1050억원)에 비해 압도적인 순매수 규모다.

외국인의 이 같은 순매수에 대해 '엔 캐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2015년 초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면서 "1월 당시 환율은 1080원에서 1134 원까지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880선에서 2030선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원·달러 상승에도 코스피가 강세를 보였던 이유는 원·유로가 강했기 때문"이라며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발표 이후 '유로 캐리'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달러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 단서는 약하지만 엔 캐리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며 "엔 캐리가 유행했던 2000년대 중반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일본의 제로 금리가 맞물린 시기"라고 말했다.

이번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로 유지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인상을 시장에 확인시켜 주었고, 원·엔 환율이 급등한 점 등도 엔 캐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