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다음주부터 명동시대 연다
대신증권이 32년간의 ‘여의도 시대’를 마감하고 26일부터 ‘명동시대’를 연다. 초창기 증권업의 기틀을 다졌던 명동으로 다시 돌아가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제2의 창업’에 나선다는 각오다.

대신증권은 23일 지금까지 사용해온 여의도 사옥을 떠나 서울 명동에 새로 지은 대신파이낸스센터로 옮기는 작업을 완료한다. 대신증권은 지난 3주 동안 부서별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이주해왔다.

원래 대신증권은 지금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이 1975년 중보증권을 인수, 사명을 대신증권으로 변경하면서 당시 국립국장을 인수해 사옥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번에 옮겨가는 명동 사옥의 주소는 ‘중구 삼일대로 343 대신파이낸스센터’로 명동성당 건너편이다.

대신증권, 다음주부터 명동시대 연다
여의도 증권가의 명물로 손꼽혔던 대신증권의 시세전광판과 황소상도 여의도를 떠난다. 1979년 대신증권이 국내에서 처음 설치한 시세전광판은 23일 철거될 예정이다. 1990년대 이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보편화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감소하면서 모든 증권사가 객장 내 시세전광판을 없앴지만 대신증권만은 전광판을 유지해왔다. 한때 철거를 검토한 적이 있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객장을 함부로 없앨 수는 없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보류됐다는 후문이다. 여의도 사옥 앞에 있는 황소상 ‘황우’도 24일께 대신증권 대림동 연수원으로 옮겨진 뒤 내년 초 신사옥 주변 공원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나재철 사장은 “대신증권은 지난 32년간의 여의도시대를 거치며 양적·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면서 “금융그룹 발원지인 명동에 전 계열사가 모이는 만큼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그동안 여의도 시대를 거치며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1985년 여의도로 이주하던 당시 대신증권은 총자산 1239억원, 자기자본 299억원, 직원 수 590명의 중견 증권사였다. 계열사는 대신경제연구소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증시 활황과 고객중심 경영에 힘입어 대형사로 발돋움했으며 1986년 대신개발금융, 1987년 대신전산센터, 1988년 대신투자자문(현 대신자산운용), 1989년 대신생명보험을 잇달아 설립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어 2011년 대신저축은행을 인수하고 2014년엔 사모펀드 운용사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를 설립하고 부실채권(NPL) 투자사인 대신F&I도 사들이며 사업구조를 다변화했다.

현재 대신증권(자기자본 1조7550억원)의 총자산은 19조5941억원으로 32년 전보다 156배 증가했으며, 직원 수는 158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영업이익 1700억원, 순이익 1361억원으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사업 중심축도 종전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자산관리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달러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뷰를 강조하며 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고객들이 맡긴 달러자산은 지난해 1월 2468만달러에서 현재 3억8569만달러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대신F&I, 대신PE, 대신저축은행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며 세몰이를 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