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프라 투자 수혜 두산밥캣, 빚 줄이고 배당 늘려 '매력 발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공약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다. 국내 상장사 중에선 북미 1위 소형 건설기계업체인 두산밥캣이 수혜 종목으로 관심을 모은다. 천문학적 규모(1조달러)의 투자여서 제품 수요와 밀접한 주택건설시장까지 훈풍이 불 것이란 분석이다.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 추세와 적극적인 배당 가능성도 내년 주가 상승을 예상하게 하는 요소다.

◆미국 경기에 실적 연동

두산밥캣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57% 하락한 3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8일 상장 이후 공모가(3만원)보다 15% 정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 후 한 달여간 순매수 주체는 주로 외국인이었다. 상장 첫날 17.0%이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전날 19.5%까지 상승했다.
미국 인프라 투자 수혜 두산밥캣, 빚 줄이고 배당 늘려 '매력 발굴'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회복 기대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두산밥캣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밥캣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북미지역 주택건설 경기가 이 회사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바닥을 치고 증가하기 시작한 2010년 흑자로 돌아선 이후 매년 이익 규모를 키워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에서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 대규모 주택건설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두산밥캣은 국내 상장사로서는 거의 유일한 미국 인프라 수혜 종목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 대형 건설기계업체인 캐터필러는 30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밥캣의 PER은 14배로 캐터필러의 절반 수준이다.

두산밥캣 측은 미국 주택건설 증가 추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두산밥캣 제품 수요와 관련이 많은 미국 단독주택 착공은 2018년까지 연평균 13.8%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두산밥캣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달러화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매 분기 달라진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원화 환산 실적 증가로 나타난다. 수입 원자재값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이 내년 두산밥캣의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빚 줄이고 배당 확대”

두산밥캣은 늘어난 영업현금으로 빚을 빨리 갚아가면서 재무 체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4일 적극적인 차입금 축소와 수익성 개선 등을 반영해 두산밥캣의 자체신용도(재무체력 등급)를 기존 ‘bb-’에서 ‘bb’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이자비용 감소는 현금 배당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적극적인 배당은 현금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9.3%를 보유하고 있다. 김종선 두산밥캣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연간 3억달러 이상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재무구조와 성장성을 갖춰 내년부터 기관투자가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두산밥캣은 두산그룹 계열 최선호주”라며 “연말 배당 시즌이 끝나면 그룹 내 투자비중 조절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