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스닥은 끝났다고 했나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코스닥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기금의 중소형주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닥지수가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속적 상승을 점치기보다는 낙폭이 컸던 종목 중 ‘옥석 가리기’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기금이 반등 이끌어

코스닥지수는 19일 전 거래일보다 0.69포인트(0.11%) 오른 622.77에 마감했다. 지난 8일 이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오며 이 기간에만 7.61%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36%)을 크게 웃돈다. 수급 공백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지난 5일 연중 최저치(575.12)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스닥의 반등은 연기금이 이끌고 있다. 하반기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내다팔던 연기금은 지난 8일 3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후 연일 순매수 금액을 늘리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19일엔 25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닥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주식운용 정책 변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들에 운용을 위탁할 때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했던 ‘벤치마크 복제율’을 내년부터 없애기로 하면서 코스닥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기존에 집행하기로 한 1조원의 자금에 더해 3000억원을 중소형주 투자에 집행할 계획이다.

◆‘1월 효과’ 나타날까

누가 코스닥은 끝났다고 했나
매년 1월이면 중소형주 수익률이 오르는 이른바 ‘1월 효과’로 코스닥지수가 더 탄력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0~2015년 코스닥지수는 12월 저점 이후 1월 고점까지 평균 9.3% 상승했다. 올 들어 코스닥 종목들의 하락폭이 컸던 만큼 연말 연초 중소형주 강세장이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짓눌려 있던 코스닥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밸류에이션 매력과 연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 모멘텀 등이 있어 긍정적”이라며 “연말 연초 대형주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폭 과대주 주목

누가 코스닥은 끝났다고 했나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연기금의 순매수와 저점 매수 매력으로 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엔 아직 불안하다”며 “코스닥 상장사들이 4분기에 적자를 낸 경우가 많아 1월 말에 경계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도하게 하락한 종목 중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정책 변화 수혜가 예상되는 제약·바이오주와 하락폭이 컸던 화장품주, 반도체 랠리 효과가 기대되는 IT장비·부품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16일 기관은 하반기 하락폭이 컸던 CJ E&M을 39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솔브레인,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AP시스템 등 IT 관련주도 기관 순매수 상위종목에 포함됐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컴투스, 더블유게임즈도 기관의 순매수 상위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서승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내린 종목 중 하락 이유가 중소형주 약세 분위기 탓이 컸다면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